합법영화다운 낙태죄 폐지 6년 됐지만 여전한 입법 공백··· “임신중지 의료 행위 건보 체계 내에서 다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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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영화다운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6년이 지나도록 관련 법들이 개정되지 않고 있다. 입법공백으로 임신중지가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있으면서 여전히 ‘불법’ 유산 유도제를 구해서 복용하거나, 안전하게 수술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을 중심으로 임신중지 의료 행위를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정비하고, 임신중지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주최로 열린 ‘낙태죄 입법공백 해소를 위한 인공임신중지 토론회’에서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입법공백은 여성의 의료 접근성과 자기 결정권에 실질적인 제약을 초래했다”며 “SNS와 같은 비공식 경로에 의존한다거나, 의료기관이 자의적으로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현상 등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부담 증가와 정보 비대칭 심화는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2019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임신 중단을 경험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19~49세 여성 640명을 설문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 중 81.4%가 임신중지 경험자였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등의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해 임신 중단을 선택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이나 의료기관이 아닌 인터넷과 SNS에서 주로 임신중지 관련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유통이 불법인 임신중지 약물을 복용한 이들의 절반가량이 부작용을 겪었으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2020년 말까지 형법을 개정하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21대 국회에서 형법·모자보건법 등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낙태 허용 주수 등을 놓고 의견이 갈려 모두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지난달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 2건이 발의된 상태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의 나영 대표는 대부분의 임신중지 결정이 평균 임신 초기 6주 정도에 이뤄지며, 상담이나 의료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후기 임신 중단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나영 대표는 “임신중지와 관련된 결정은 처벌의 유무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 보건의료 접근성과 지원 여건의 변화가 임신중지 결정 시기의 지연을 막고 임신의 유지와 출산, 양육에 대한 결정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진료 거부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현재와 같은 공백 상태는 국회와 정부가 가장 편하고, 여성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주 이상 태아에 대해 임신 중단 시술이 이뤄질 경우 충분히 자력 생존할 수 있는 상태로 태어나는데, 그렇다면 이 조산아에 대해 산부인과에서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물음을 던졌다. 최 원장은 시술의료기관을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지난 국회 개정안들을 소개하면서, “의사의 인공임신 중단 진료 거부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해외에서도 많은 국가가 14주 이하에만 임신 중단을 허용하고 있으며, 주수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의사나 관련 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하는 등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들을 소개했다. 뉴질랜드는 임신 20주 이후에는 임산부 생명을 구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가능하며, 2명의 의사가 동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독일·아일랜드 등은 임신 중단을 원하더라도 3일의 숙려기간과 의사의 확인을 거쳐야한다. 김 교수는 “허용 임신 주수, 숙려 기간 등 주요 쟁점과 관련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먹는 낙태약’이라 불리는 미프진이 허가되지 않고 유통되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 미프진은 프랑스, 중국, 미국, 스위스, 캐나다 등에서 판매 중인 경구용 인공 임신중지 약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필수 의약품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5년 넘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못해 불법 유통되는 사례가 많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미프진과 같은) 유산 유도제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입증은 더 이상 논의하기 힘들 정도로 차고 넘친다”며 “정식 도입하면 불법 유산 유도제가 판매되는 문제, 의료기관 방문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신 중단에 대한) 차별과 낙인에 관한 문제 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2건)은 임신 중단과 관련한 기존의 한계 규정을 없애고, 임신중지 의료행위를 건강보험 체계 내로 들여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지난 11일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을 ‘인공임신중지’라는 용어로 바꾸고, 수술에 더해 약물을 사용하는 행위도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포함시켰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서 관련 의료행위에 대해 보험급여를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이에 더해 지자체나 복지부가 임신의 유지나 중지와 관련된 상담을 할 수 있는 종합상담기관을 지정하는 내용도 넣었다.
개정안 논의와는 별개로 국가가 임신중지와 관련된 현황을 파악하고, 주도적으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김동식 연구위원은 “국가가 차원의 임신중지 관련 통계를 체계적으로 생산 관리 및 모니터링하고, 이를 법 제도 개선의 근거 자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안전한 임신중지을 위한 의료인 교육을 강화하고 명확한 임상 및 행정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기상 가을에 접어드는 입추(立秋)에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7일 오전 5시 현재 기온은 서울 25.6도, 인천 25.3도, 수원 24.7도, 춘천 22.6도, 강릉 26.4도, 청주 25.0도, 대전 24.9도, 세종 23.4도, 전주 25.8도, 광주 26.6도, 제주 28.9도, 대구 23.9도, 부산 27.8도, 울산 24.8도, 창원 26.7도 등이다.
낮 최고기온은 28∼34도로 예보됐다.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으로 올라 매우 무덥겠고, 일부 지역은 열대야도 계속 나타날 전망이다. 비가 내리는 지역은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가겠지만 더위가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권과 전북 남부 내륙, 경남권은 아침까지, 경기 남부와 강원 내륙, 충청권 내륙은 오전까지, 강원 산지·동해안과 경북 북동 산지·북부 동해안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비가 내린다고 예보됐다. 경북권도 오전까지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 제주도는 8일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 20∼60㎜(많은 곳 80㎜ 이상), 경북 북동 산지·북부 동해안 5∼30㎜, 강원 산지 5∼20㎜, 경기 남부, 강원 동해안, 강원 내륙, 전라권, 부산·울산·경남 5㎜ 안팎, 충청권 5㎜ 미만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전 권역이 ‘좋음’ 수준을 보이겠다. 내륙의 강이나 호수, 골짜기에 인접한 도로에서는 주변보다 안개가 더욱 짙게 끼겠으니 교통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제주도 남쪽 먼바다와 남해 동부 해상, 동해 남부 해상에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으니 해상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바다 물결은 동해·남해 앞바다에서 0.5∼2.5m, 서해 앞바다에서 0.5∼1.5m로 일겠다. 안쪽 먼바다(해안선에서 약 200㎞ 내 먼바다) 파고는 동해 0.5∼3.5m, 서해 0.5∼2.5m, 남해 1.0∼3.5m로 예상된다.
전쟁 중에는 많은 것이 뒤로 밀리곤 합니다. 인권, 교육, 복지, 심지어 민주주의까지요. 하지만 그 무엇도 유예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골판지 팻말’을 들고 정부에 맞선 이유도 거기 있었습니다. 전쟁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미룰 수 없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우크라 시민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강대국과 전쟁이 한창인데 반정부 시위를 여는 것은 굉장한 용기였을 텐데요. 거리로 나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우크라 시민들의 메시지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큰 시사점을 줍니다. 오늘 점선면은 우크라의 ‘골판지 혁명’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발단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우크라 의회가 반부패 기구 2곳의 독립성을 약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서명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 법은 검찰총장이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의 수사와 인사, 사건 이관·종결 등에 폭넓게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어요.
NABU와 SAPO는 우크라의 고질적 병폐인 공직자 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입니다. 2013~2014년 당시 정부의 친러시아·권위주의 정치에 반발하며 일어난 ‘유로마이단 혁명’의 영향으로 설립됐는데요. 부패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두 기구의 수장은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별도 위원회가 선출하게 돼 있습니다. 두 기구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우크라의 부패인식지수는 2014년 175개국 중 142위에서 2024년 180개국 중 105위로 오르는 등 점차 개선됐어요.
새 법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검찰총장이 두 기구 운영에 개입하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두 기구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우크라 시민들은 행정부가 두 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어요.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도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우크라의 EU 가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고요.
우크라 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법 통과 당일부터 키이우를 비롯해 리비우, 드니프로 등 주요 도시에서 수백~수천명이 참여하는 시위가 매일 일어났어요. 여론에 놀란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NABU와 SAPO의 독립성을 회복하는 수정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의회는 31일 이 법안을 찬성 331표에 반대 0표로 통과시켰습니다. 9일 동안 지치지 않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승리였습니다.
우크라 시민들의 시위는 12·3 비상계엄 이후 매주 열린 한국의 ‘광장 시위’와 여러모로 닮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가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왔듯, 우크라 시위도 Z세대가 전면에 나서서 시위를 주도했어요. 우크라 시민들은 종이박스를 찢어 만든 ‘골판지 팻말’을 들었는데요. 팻말에 “더 이상 똥은 못 참겠어” 등 유머러스한 문구를 적거나, 형형색색의 조명과 인형을 달기도 했습니다. 한 언론은 “청년들이 만든 창의적인 팻말들이 시위의 사기를 북돋웠다”고 했어요. 재치 있는 깃발들이 펄럭이던 한국의 탄핵 광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이 시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강대국 러시아와의 전쟁 상황에서 일어난 첫 대규모 반정부 시위라는 것입니다. 우크라는 현재 동남부 지역이 러시아에 점령당한 상태이고, 최근에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가 공습을 받았어요. 휴전 협상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화도 전망이 좋지는 않아 보입니다.
강력한 외부의 적에 맞서 싸우느라 내부의 여러 목소리가 억눌리는 현상은 인류 역사에서 늘 반복됐습니다. 심지어 민주주의 같은 중요한 가치조차 뒷전으로 밀리곤 합니다. 전쟁뿐만이 아닙니다. 경제성장이 중요하다며 인권을 억압하거나, 정치적 혼란 또는 범죄 척결을 명분 삼아 초법적 권력을 휘두른 권력자들이 있었죠. 한국도 마찬가지였고요.
우크라 시민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하는, 미뤄둬서는 안 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BBC는 “러시아의 치명적인 공격 위협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위해 정부에 맞서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집회”였다고 했어요. “우리는 절대 러시아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는 한 시위 참가자의 말은 우크라 시민들의 의지를 잘 보여줍니다.
‘골판지 혁명’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표면적인 계엄 선포 이유는 ‘반국가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것이었죠. 실제 이유가 무엇이었든, 그의 주장 뒤에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시민들의 기본권과 국가·헌정 시스템을 멈춰도 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은 결국 그의 몰락을 불렀고요.
새 정부도 이 점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내란 청산과 경제위기 극복, 국제질서 대응 모두 더없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그 목적에 지나치게 매몰돼서 민주주의와 평등, 시민의 기본권 같은 과제들을 나중으로 미뤄둬서는 안 될 일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정치권에 요구한 ‘대화와 타협’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이미 한국 시민들은 광장에서 정권 교체를 넘어선 더 큰 과제들을 외쳤습니다. 지난해 12월11일 부산 탄핵 촉구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자신을 ‘술집 여자’로 소개한 A씨는 소외된 약자들을 향한 관심과 차별금지를 호소했습니다. 홍진수 경향신문 사회부장은 칼럼에서 그의 발언을 두고 “정치적 승패에 매몰되지 않고 민주주의의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어요. 홍 부장은 “경제성장률이나 외교적 성과 같은 거대 지표만 중요한 게 아니다. A씨가 호명했던 소외된 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이재명 정부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와 평등을 미뤄두지 말 것. 우크라 ‘골판지 혁명’의 교훈이자, 새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광장의 요구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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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주최로 열린 ‘낙태죄 입법공백 해소를 위한 인공임신중지 토론회’에서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입법공백은 여성의 의료 접근성과 자기 결정권에 실질적인 제약을 초래했다”며 “SNS와 같은 비공식 경로에 의존한다거나, 의료기관이 자의적으로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현상 등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부담 증가와 정보 비대칭 심화는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2019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임신 중단을 경험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19~49세 여성 640명을 설문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 중 81.4%가 임신중지 경험자였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등의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해 임신 중단을 선택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이나 의료기관이 아닌 인터넷과 SNS에서 주로 임신중지 관련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유통이 불법인 임신중지 약물을 복용한 이들의 절반가량이 부작용을 겪었으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2020년 말까지 형법을 개정하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21대 국회에서 형법·모자보건법 등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낙태 허용 주수 등을 놓고 의견이 갈려 모두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지난달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 2건이 발의된 상태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의 나영 대표는 대부분의 임신중지 결정이 평균 임신 초기 6주 정도에 이뤄지며, 상담이나 의료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후기 임신 중단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나영 대표는 “임신중지와 관련된 결정은 처벌의 유무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 보건의료 접근성과 지원 여건의 변화가 임신중지 결정 시기의 지연을 막고 임신의 유지와 출산, 양육에 대한 결정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진료 거부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현재와 같은 공백 상태는 국회와 정부가 가장 편하고, 여성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주 이상 태아에 대해 임신 중단 시술이 이뤄질 경우 충분히 자력 생존할 수 있는 상태로 태어나는데, 그렇다면 이 조산아에 대해 산부인과에서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물음을 던졌다. 최 원장은 시술의료기관을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지난 국회 개정안들을 소개하면서, “의사의 인공임신 중단 진료 거부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해외에서도 많은 국가가 14주 이하에만 임신 중단을 허용하고 있으며, 주수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의사나 관련 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하는 등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들을 소개했다. 뉴질랜드는 임신 20주 이후에는 임산부 생명을 구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가능하며, 2명의 의사가 동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독일·아일랜드 등은 임신 중단을 원하더라도 3일의 숙려기간과 의사의 확인을 거쳐야한다. 김 교수는 “허용 임신 주수, 숙려 기간 등 주요 쟁점과 관련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먹는 낙태약’이라 불리는 미프진이 허가되지 않고 유통되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 미프진은 프랑스, 중국, 미국, 스위스, 캐나다 등에서 판매 중인 경구용 인공 임신중지 약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필수 의약품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5년 넘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못해 불법 유통되는 사례가 많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미프진과 같은) 유산 유도제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입증은 더 이상 논의하기 힘들 정도로 차고 넘친다”며 “정식 도입하면 불법 유산 유도제가 판매되는 문제, 의료기관 방문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신 중단에 대한) 차별과 낙인에 관한 문제 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2건)은 임신 중단과 관련한 기존의 한계 규정을 없애고, 임신중지 의료행위를 건강보험 체계 내로 들여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지난 11일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을 ‘인공임신중지’라는 용어로 바꾸고, 수술에 더해 약물을 사용하는 행위도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포함시켰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서 관련 의료행위에 대해 보험급여를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이에 더해 지자체나 복지부가 임신의 유지나 중지와 관련된 상담을 할 수 있는 종합상담기관을 지정하는 내용도 넣었다.
개정안 논의와는 별개로 국가가 임신중지와 관련된 현황을 파악하고, 주도적으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김동식 연구위원은 “국가가 차원의 임신중지 관련 통계를 체계적으로 생산 관리 및 모니터링하고, 이를 법 제도 개선의 근거 자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안전한 임신중지을 위한 의료인 교육을 강화하고 명확한 임상 및 행정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기상 가을에 접어드는 입추(立秋)에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7일 오전 5시 현재 기온은 서울 25.6도, 인천 25.3도, 수원 24.7도, 춘천 22.6도, 강릉 26.4도, 청주 25.0도, 대전 24.9도, 세종 23.4도, 전주 25.8도, 광주 26.6도, 제주 28.9도, 대구 23.9도, 부산 27.8도, 울산 24.8도, 창원 26.7도 등이다.
낮 최고기온은 28∼34도로 예보됐다.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으로 올라 매우 무덥겠고, 일부 지역은 열대야도 계속 나타날 전망이다. 비가 내리는 지역은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가겠지만 더위가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권과 전북 남부 내륙, 경남권은 아침까지, 경기 남부와 강원 내륙, 충청권 내륙은 오전까지, 강원 산지·동해안과 경북 북동 산지·북부 동해안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비가 내린다고 예보됐다. 경북권도 오전까지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 제주도는 8일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 20∼60㎜(많은 곳 80㎜ 이상), 경북 북동 산지·북부 동해안 5∼30㎜, 강원 산지 5∼20㎜, 경기 남부, 강원 동해안, 강원 내륙, 전라권, 부산·울산·경남 5㎜ 안팎, 충청권 5㎜ 미만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전 권역이 ‘좋음’ 수준을 보이겠다. 내륙의 강이나 호수, 골짜기에 인접한 도로에서는 주변보다 안개가 더욱 짙게 끼겠으니 교통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제주도 남쪽 먼바다와 남해 동부 해상, 동해 남부 해상에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으니 해상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바다 물결은 동해·남해 앞바다에서 0.5∼2.5m, 서해 앞바다에서 0.5∼1.5m로 일겠다. 안쪽 먼바다(해안선에서 약 200㎞ 내 먼바다) 파고는 동해 0.5∼3.5m, 서해 0.5∼2.5m, 남해 1.0∼3.5m로 예상된다.
전쟁 중에는 많은 것이 뒤로 밀리곤 합니다. 인권, 교육, 복지, 심지어 민주주의까지요. 하지만 그 무엇도 유예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골판지 팻말’을 들고 정부에 맞선 이유도 거기 있었습니다. 전쟁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미룰 수 없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우크라 시민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강대국과 전쟁이 한창인데 반정부 시위를 여는 것은 굉장한 용기였을 텐데요. 거리로 나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우크라 시민들의 메시지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큰 시사점을 줍니다. 오늘 점선면은 우크라의 ‘골판지 혁명’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발단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우크라 의회가 반부패 기구 2곳의 독립성을 약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서명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 법은 검찰총장이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의 수사와 인사, 사건 이관·종결 등에 폭넓게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어요.
NABU와 SAPO는 우크라의 고질적 병폐인 공직자 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입니다. 2013~2014년 당시 정부의 친러시아·권위주의 정치에 반발하며 일어난 ‘유로마이단 혁명’의 영향으로 설립됐는데요. 부패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두 기구의 수장은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별도 위원회가 선출하게 돼 있습니다. 두 기구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우크라의 부패인식지수는 2014년 175개국 중 142위에서 2024년 180개국 중 105위로 오르는 등 점차 개선됐어요.
새 법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검찰총장이 두 기구 운영에 개입하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두 기구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우크라 시민들은 행정부가 두 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어요.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도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우크라의 EU 가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고요.
우크라 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법 통과 당일부터 키이우를 비롯해 리비우, 드니프로 등 주요 도시에서 수백~수천명이 참여하는 시위가 매일 일어났어요. 여론에 놀란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NABU와 SAPO의 독립성을 회복하는 수정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의회는 31일 이 법안을 찬성 331표에 반대 0표로 통과시켰습니다. 9일 동안 지치지 않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승리였습니다.
우크라 시민들의 시위는 12·3 비상계엄 이후 매주 열린 한국의 ‘광장 시위’와 여러모로 닮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가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왔듯, 우크라 시위도 Z세대가 전면에 나서서 시위를 주도했어요. 우크라 시민들은 종이박스를 찢어 만든 ‘골판지 팻말’을 들었는데요. 팻말에 “더 이상 똥은 못 참겠어” 등 유머러스한 문구를 적거나, 형형색색의 조명과 인형을 달기도 했습니다. 한 언론은 “청년들이 만든 창의적인 팻말들이 시위의 사기를 북돋웠다”고 했어요. 재치 있는 깃발들이 펄럭이던 한국의 탄핵 광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이 시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강대국 러시아와의 전쟁 상황에서 일어난 첫 대규모 반정부 시위라는 것입니다. 우크라는 현재 동남부 지역이 러시아에 점령당한 상태이고, 최근에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가 공습을 받았어요. 휴전 협상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화도 전망이 좋지는 않아 보입니다.
강력한 외부의 적에 맞서 싸우느라 내부의 여러 목소리가 억눌리는 현상은 인류 역사에서 늘 반복됐습니다. 심지어 민주주의 같은 중요한 가치조차 뒷전으로 밀리곤 합니다. 전쟁뿐만이 아닙니다. 경제성장이 중요하다며 인권을 억압하거나, 정치적 혼란 또는 범죄 척결을 명분 삼아 초법적 권력을 휘두른 권력자들이 있었죠. 한국도 마찬가지였고요.
우크라 시민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하는, 미뤄둬서는 안 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BBC는 “러시아의 치명적인 공격 위협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위해 정부에 맞서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집회”였다고 했어요. “우리는 절대 러시아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는 한 시위 참가자의 말은 우크라 시민들의 의지를 잘 보여줍니다.
‘골판지 혁명’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표면적인 계엄 선포 이유는 ‘반국가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것이었죠. 실제 이유가 무엇이었든, 그의 주장 뒤에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시민들의 기본권과 국가·헌정 시스템을 멈춰도 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은 결국 그의 몰락을 불렀고요.
새 정부도 이 점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내란 청산과 경제위기 극복, 국제질서 대응 모두 더없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그 목적에 지나치게 매몰돼서 민주주의와 평등, 시민의 기본권 같은 과제들을 나중으로 미뤄둬서는 안 될 일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정치권에 요구한 ‘대화와 타협’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이미 한국 시민들은 광장에서 정권 교체를 넘어선 더 큰 과제들을 외쳤습니다. 지난해 12월11일 부산 탄핵 촉구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자신을 ‘술집 여자’로 소개한 A씨는 소외된 약자들을 향한 관심과 차별금지를 호소했습니다. 홍진수 경향신문 사회부장은 칼럼에서 그의 발언을 두고 “정치적 승패에 매몰되지 않고 민주주의의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어요. 홍 부장은 “경제성장률이나 외교적 성과 같은 거대 지표만 중요한 게 아니다. A씨가 호명했던 소외된 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이재명 정부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와 평등을 미뤄두지 말 것. 우크라 ‘골판지 혁명’의 교훈이자, 새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광장의 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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