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쇼핑몰 [섭식장애 마주하기] ➂ ‘거식증’ 연기하는 배우들이 세운 원칙… ‘절대로 마르지 마시오’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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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나 간식 등 ‘먹는 행위’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느낀 적, 한번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섭식장애는 단순한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 문제로 인해 ‘먹는 행위’의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인 박지니 작가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3회는 ‘섭식장애’를 다룬 연극 <마른여자들>의 박주영 연출가와 이세영, 황미영 배우 인터뷰입니다.
[플랫 입주자프로젝트 - 섭식장애 마주하기] ② 잠수함 속의 토끼, 여자아이들
“☆ 절대로 마르지 마시오 ☆” 섭식장애 중 하나인 거식증을 정면으로 다른 연극 <마른 여자들> 연습실 한쪽의 화이트보드에는 이런 문구가 크게 쓰여 있다. 거식증은 정신질환이지만 몸으로 드러난다. 먹는 행위를 통제하지 못해 섭식을 극도로 줄이다 보면 몸은 마를 수밖에 없다. 거식증에 대한 인식이 ‘마른 몸을 원하는 사람들의 병’으로 납작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몸무게 30㎏대의 거식증 환자를 연기하는 배우는 자기 배역에 맞춰 마른 몸을 만들어야 할까? 배우가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체중을 증량하거나 감량하는 것은 프로답다고 여겨지고 때로는 홍보에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마른 여자들> 에 출연한 배우들은 아무도 ‘살을 빼지 않았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마른 여자들>의 박주영 연출가와 이세영(릴리 역), 황미영(로즈 역) 배우를 만나 섭식장애를 주제로 한 연극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을 빼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들었다.
“20년간 함께 살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 후, 3개월 동안 먹고 토하는 행위를 반복했어요. 무서운데도 사람들이 ‘살 빠졌다’고 말해주면 또 좋은 거예요. 그게 너무 이상해서 이런저런 책들을 찾아보다가 (섭식장애에 대해) 알게 됐어요.” 박주영 연출가가 밝힌 <마른 여자들> 각색 계기다. 연극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뉴질랜드 출신의 작가 다이애나 클라크가 썼다. 주인공은 섭식장애를 앓는 20대의 쌍둥이 자매 릴리와 로즈다. 책에서 동생 로즈는 거식증을, 언니 릴리는 폭식증을 앓는다. 연극은 로즈의 거식증에 초점을 맞췄다. 로즈가 치료시설에서 ‘마른 여자들’과 생활하는 이야기, 릴리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가 중점이 됐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설에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마른 여자들이 등장한다. 박주영 연출가는 주인공 자매 외에 10대 거식증 환자 세라에게 특히 신경을 썼다. 세라는 거식증 환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진다는 점을 반영한 인물이기도 하다. 시설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세라는 다른 인물들의 돌봄과 보호를 받는 존재지만, 그 돌봄의 정체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마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곳에서 여자들은 함께 마르고, 함께 죽어간다. 여자들은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자신의 몸을 통제한다. 연극은 시설에서 삶을 유보하고 있는 로즈가 다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놓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마르지 말자’는 원칙은 박 연출가가 주도해 만들었다. 거식증을 다룬 작품에서 연출가는 왜 배우들에게 마르지 말라고 했을까. 그는 “배우가 마른 몸으로 무대에 올라오면 작품을 더 얕게 볼 것 같았다”고 말했다. “왜 마르고 싶은 건지, 왜 저렇게 마른 건지,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외형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들은 당연히 외적인 것에 대해서도 노력하고 싶어하지만 이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 생각해요. 살인자 역할을 한다고 사람을 죽여봐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대신 (섭식장애 환자들이) 어떤 정서, 어떤 내면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선택을 한 것인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려 했어요.” 박 연출가의 말이다.
박 연출가는 첫 연습 전이 가장 깊은 고민을 한 시기였다고 말한다. “(정서적) 안전을 위한 ‘룰을 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하는 고민도 했어요. ‘외모나 몸에 대한 이야기, 평가가 담긴 말들을 조심해서 하자’는 규칙을 정하려다 오히려 불편할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났죠.” 박 연출가는 규칙을 정하는 대신 구체적인 ‘디렉션(지시)’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출가로서) ‘이렇게 보인다’는 이야기를 해야 장면을 만들어 갈 수 있는데 ‘몸을 좀 더 구겨볼까’라고 신체를 언급하는 대신, ‘이 장면에서 인물이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이런 디렉션이)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더 오래 걸렸죠.”
연출가와 배우들의 고민은 작품 안팎을 오갔다. 로즈 역을 맡은 이세영은 “연출가님이 처음부터 ‘마르지 말라. 이 상태를 유지하라’고 했기 때문에 외형보다는 로즈가 왜 그랬는지가 관심사였다. (왜 로즈가 먹지 않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기 위해 이것저것 자료를 찾았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배우들은 ‘섭식장애가 어떠한 병인지’를 알기 위해 거식증과 관련된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봤다. 첫 대본 리딩 연습에는 거식증 당사자인 박지니 작가를 초대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연출가와 배우들은 박지니 작가를 만나면서 조심스러웠다고 했지만, 박 작가는 무척 즐거웠다고 했다.)
연습 첫날 배우들은 전신사진을 찍었다. ‘공연 후 체중이 줄면 벌금 50만원’이라는 규칙도 함께 만들었다. 대부분의 연습에서 식사는 각자 자유롭게 하는 분위기지만 <마른 여자들> 배우들은 다 함께 도시락을 싸 와 함께 밥을 먹었다. 이세영은 “일부러 정한 원칙은 아니지만 한 명 두 명 도시락을 싸 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됐다”고 말한다. 황미영은 “그러다 결국 ‘그렇다고 살 찌라는 건 아니었다’는 공지가 하나 더 붙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박 연출가와 배우들이 ‘마르지 말자’는 원칙을 세우고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연극이 허용하는 상상력 덕분이다. “연극이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였다면 리얼리티가 필요할 것이고, 배우가 몸을 말리거나 CG를 써서라도 보이는 것에 신경을 썼겠죠. <투 더 본(To The Born)>이라는 영화도 거식증을 다루는데 환자로 등장하는 여배우가 몸을 말렸어요. 모방을 조장한다는 평가가 많아서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죠.”
섭식장애 당사자인 박지니 작가는 많은 여성들이 섭식장애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미끄러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섭식장애라는 싱크홀 가까이에 아슬아슬한 상태로 거주하고 있다. 섭식장애는 우연히 여성에게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자아이들을 중심에 세워두고 무너뜨린 결과다.” 직업적으로 ‘몸’과 ‘외형’에 더 많은 신경쓸 수밖에 없는 여성 배우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세영은 담담히 말했다. “사실은 ‘마르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지만, 제가 앞뒤가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 공연은 그럴지언정, 다른 공연에서 연출가가 배에 ‘왕(王)’자를 만들어 달라, 작품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넵’ 하겠죠. ‘거부해야 하는 건가?’라는 물음표가 떠올라요”
두 배우는 여성들이 자신을 학대하면서까지 특정한 몸을 욕망하게 되는 배경으로 미디어와 사회의 시선을 꼽았다. 이세영은 “마를수록 예쁘다는 포커스가 있다. 마를수록 화면에 잘 나온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된다”며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그래서 사실 부끄러워진다”고 말했다.
황미영은 질문에 대한 답인지는 모르겠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저는 4.3kg 우량아로 태어나 한 번도 말랐던 적이 없어요. 그런데 해외에선 아무도 저를 뚱뚱하다고 보지 않으니까 오히려 회의감이 들 때가 있어요. 저도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서 제가 <마른 여자들>이라는 작품을 한다고 말하면, 누군가 ‘코미디야?’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서도 그는 “고등학교에서 연극부 활동을 할 때부터 약간 멋있는 척을 했다”고 말했다. “덩치 큰 여자들이 항상 몸을 숙이고 무채색의 옷을 입고, 자신감 없어 보이는데, 저는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그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제가 자존감이 높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 몸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섭식장애에서 외모를 지운 연극은 ‘관계’에 집중한다. “섭식장애는 가정이나 사회와 깊게 얽혀 있는데, 연극에서는 관계를 보여주기로 했다”는 것이 박 연출가의 설명이다. “친구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에서 어떤 일이 있었길래 (섭식장애를 유발하는) 씨앗이 심겼는지, 아무래도 많은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기에 ‘또래 집단에서의 닮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주는 장면이 들어가요. 이 장면이 관객들에게도 확실히 보였으면 합니다.”
<마른 여자들>은 ‘이들이 왜 섭식장애를 겪게 되었는가’에 주목하지만 우울하지만은 않다. 기괴한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보일 정도로 시설의 마른 여자들은 오히려 에너제틱하게 움직이고, 즐기며, 활기찬 순간들을 보낸다. 쿵쾅대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여자들은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박 연출가가 ‘외모’ 대신 ‘연출’로 무대를 어떻게 감각적으로 꾸릴지 고민한 결과다.
누가 이 연극을 봤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박 연출가는 “많은 분들”이라고 답했다. “일단 섭식장애라는 단어가 낯설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가시면 좋겠어요.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각자가 지금 자신의 삶의 순간에 맞는 이해와 경험을 조금씩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세영 은 “저희도 섭식장애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좋은 어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미영은 “섭식장애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데,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들이 조금이나마 즐겁고 편한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연극은 두산아트센터 9월 10일~28일.
▼ 이아름 기자 areumlee@khan.co.kr
플랫팀과 두산아트센터가 연극 <마른 여자들> 관람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플랫 인스타그램의 <마른 여자들> 게시물에 기대평을 남겨주신 분 중 3분을 추첨해 관람 티켓(9월 20일 토요일 오후 3시 공연, 1인 2매 제공)을 드립니다.
■ 응모기간 : 2025년 9월 11일(목) - 15일(월) 오전 ■ 당첨자 발표 : 9월15일 (월) 오후 *당첨자께는 개별 연락 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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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4일 미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미국에 재입국시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고위 당국자가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 차관은 미 이민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단속돼 구금된 한국인 317명이 감내해야 했던 처우를 언급했다. 박 차관은 “귀국자들의 미국 재입국시 불이익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미측이 우리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재발 방지와 제도개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랜다우 부장관은 이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이번 사태를 제도개선과 한·미관계 강화를 위한 전기로 활용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귀국자들이 미국에 재입국시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며 “향후 어떠한 유사 사태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고위 당국자가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10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지만, 유감은 표명하지 않았다.
양 차관은 한국 노동자들의 비자 체계 개선 마련에 뜻을 함께했다. 박 차관은 “한국 맞춤형 비자 카테고리 신설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해 외교·국무부 간의 워킹그룹 창설과 비자 관련 상담창구 개설 이행에 박차를 가하자”고 밝혔다. 랜다우 차관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투자 활동이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에 대한 기여가 크다는 점을 절감한다”면서 “합당한 비자가 발급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 관련 실무협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고 말했다.
양 차관은 대북 정책에 대한 뜻도 함께했다. 박 차관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미측이 피스메이커, 한국이 페이스메이커로 각자의 역할을 다해 나가자”고 말했다. 랜다우 부장관은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양 차관은 이달 유엔총회와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행사를 계기로 한·미 고위급 외교 일정을 논의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달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조선, 원자력, 첨단기술 등에 대한 진전된 협력 성과를 도출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지난해 여름, 손글씨로 써 내려간 10장 분량의 독자 편지를 받았다. 윤석열의 내란이 일어나기 전이다.
그는 시국을 나름 면밀히 진단하고, 윤석열에게 정권을 바친 배경을 분석했다. 4월혁명으로 세상이 바뀌었지만 혁명의 주체가 아닌 민주당이 정권을 ‘주워서’ 5·16 반동 세력에 뺏겼고, 촛불혁명 때도 민주당이 정권을 거저 주워서 윤석열 반동 정권에 내주었다고 비분강개했다.
그러면서 진보 진영의 도덕적 타락을 개탄했다. 특히 586(50대 나이,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을 매섭게 질타했다. 만약 윤상원, 박관현 열사가 살아온다면 전두환·노태우 잔당들을 쏘기 전에 586을 먼저 쏠 것이라고 했다. 전·노 잔당은 광주의 육신을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86패당은 광주의 정신을 못 박았다고 탄식했다. “젊은 피로 수혈했던 286은 사자였지만, 386은 여우가 되었고, 486은 개가 되었고, 586은 하이에나가 되었습니다.”
과한 비유 같다. 하지만 젊은 날 사자처럼 용맹스럽던 투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형편없이 구겨질 때는 독자의 편지가 떠올랐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여의도의 하이에나. 얼마 전 이춘석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주식거래를 하다가 들켰다. 보좌관 명의로 차명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법사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사전에 인지한 미공개 정보를 주식 투자에 이용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조국혁신당에서 성비위 사건이 일어났다. 당의 실세들이 피해자를 회유하며 적당히, 어물쩍 넘기려다 만파를 불러왔다. 그들은 피해자와 이들을 돕는 당원들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배은망덕한 것들.” “너 하나면 되지, 왜 여러 사람 고생시키느냐.” 배신자로 낙인을 찍고 따돌렸다. 이에 낙담한 강미정 대변인이 당을 뛰쳐나갔다. 시민대표로 영입됐던 조윤정 전 최고위원은 SNS에 강 대변인이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올렸다.
“그 강단 있고 씩씩하던 강 대변인, 그날 나는 강대의 눈물을 두 번 보았다. 기자회견 당시 강대의 눈물은 ‘포효’였다. 저 멀리서도 그 몸 떨림이 느껴졌다. 그간의 회한이 느껴졌다. (회견이 끝난 후) 커피숍에서의 눈물은 ‘미안함’이었다. 아직 어린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 그 어린 자식들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에 대한 죄송함이었다. 아직 탈당한다 말을 꺼내지 못한 친정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그러나 나는 안다. 강대의 자녀들은 언젠가는 ‘약자 편에 서서 끝까지 함께한 정의로운 엄마 강미정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란 것을. 강대의 부모님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고 한다. 강대의 아버지께서 그날 기자회견 방송을 보시고, ‘조마리아 여사(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의 기도’를 두 번이나 보내주셨다고 한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강 대변인이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성비위 전말을 비틀어 전하겠는가. 다른 복선이 있다면 어찌 칼날 위를 스스로 걸어가겠는가. 그럼에도 조국혁신당 의원 12명은 침묵하고 있다. 아무리 조국의 사당이라지만 당권파의 전횡을 꾸짖는 이가 한 명도 없다. 그래서 ‘약자 편에 섰던 정의로운 강미정’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며 상대를 몰아치던, 방송에 나가 바른말을 하던 맹장들이 포진하고 있건만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는다. 조국을 비호하는 말만 들려온다. 이제 조국혁신당에 혁신은 사라지고 조국만 남았다.
이번 성비위 사건은 패거리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 그 속에는 도덕 불감증, 권위주의, 위선, 내로남불 같은 것들이 붙어 있다.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노회한 꾼들이 활개를 치며 정치 신인들의 꿈과 열정을 짓밟고 있다.
앞으로도 초심을 팽개치고 돈과 권력을 좇아 여의도를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힘 있는 여당에서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국민의힘은 모여 있으나 사실상 뿔뿔이 흩어져 있어 지리멸렬하다. 하이에나들이 준동하기 좋은 때이다.
개혁의 동력은 내부에서 나온다. 정치의 요체인 ‘멀리 있는 자 오게 하고, 가까이 있는 자 기쁘게’(공자) 하려면 외부보다 내부가 튼실해야 한다. ‘빛의 혁명’의 걸림돌은 극우 세력이나 야당의 반발이 아니다. 진보 진영의 나태와 도덕적 결핍이 더 위험하다. 한국 정치의 주력인 586은 자신의 발밑을 보라.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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