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성소수자인권연대 시청 앞에 모여 “해고는 살인…오세훈 시장 대화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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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복원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 앞에서 제45차 ‘12345 지하철행동’ 시위를 개최하고 서울시에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복원을 촉구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도 시위에 동참했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활동가를 포함한 60여명은 ‘해고는 살인이다’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장애인도 성소수자도 시민이다” “오 시장 대화합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 시장과의 면담도 요구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2020년 서울시가 최중증·탈시설 장애인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최초로 시작한 이후 13개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2024년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사업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최중증·탈시설 장애인 노동자 400여명은 그해부터 복직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2년간 복직 투쟁을 이어온 공공일자리 해고 노동자 장효창씨는 스크린도어 앞에서 “(공공일자리를 통해) 동료를 만나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비로소 인간답게 숨쉴 수 있었다”며 “우리가 빼앗긴 것은 단순한 월급 봉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삶의 터전을 파괴한 해고는 곧 살인”이라며 “400여명의 노동자를 일터로 돌려보내는 건 시혜가 아닌 서울시의 정치적 책임”이라고 했다.
행성인 활동가 김민지씨(활동명 초)는 “속도와 효율성의 논리로 환원되는 시장 경제 체제에서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삶은 손쉽게 처리해야 할 대상”이라며 연대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로서 폭력을 감수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서울시, 서로의 취약성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는 서울시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후 서울시청 민원실로 이동해 오 시장과의 면담 요청서와 성소수자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공공일자리 사업을 두고 “시가 지원하는 재원을 갖고 시위 같은 걸 해서 일당으로 지급되는 전 세계 유례없는 기형적 일자리를 계속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 진정을 제기했으나 인권위는 “차별 행위에 해당 않는 경우”라며 이를 기각했다.
정부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방침을 공식화하고, 하향 폭과 대상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성평등가족부가 ‘특정 범죄에 한해 1세 하향’ 방안을 보고했으나 이재명 대통령은 “너무 미약하다”며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지시했다.
성평등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현행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만 10세 이상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 공론화 결과’를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라고 성평등부에 지시했다. 성평등부는 관계부처와 전문가로 구성된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운영하고, 212명의 시민참여단 숙의 토론회, 온라인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쟁점에 대한 학습과 토론 등 숙의 과정을 거친 시민참여단은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46.7%)는 의견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일괄 하향’(30.2%), ‘현행 유지’(17.0%) 순이었다. 연령 하향에 찬성한 시민 중에서는 14세 미만인 현행 기준을 13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의견이 55.8%로 가장 많았다.
반면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연령 하향 여부와 범위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소년 비행의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사항을 제시했다.
촉법소년 전건 송치제도 개선, 경찰 조사 가이드라인 마련, 가족치료 명령 신설, 소년원 과밀 해소, 보호관찰관 등 전문인력 확충, 피해자 진술권과 사건정보 제공 확대 등이 권고됐다.
정부는 이날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방침은 결정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추가 논의키로 했다.
“낮춘다는 건 일단 정하고”…‘12세’ 언급하며 의견 수렴 제안
이 대통령은 시민참여단 조사에서 연령 하향 찬성 의견이 많았던 것에 대해 “그러면 낮춘다는 건 일단 정하고”라고 한 뒤 “성평등부 의견은 일률적으로 낮추지 말고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한 살만 낮추자는 말인데 너무 미약하지 않나. 전 세계적으로 12세로 하는 경우도 꽤 많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쨌든 (연령 기준을) 전체에 대해서 낮출 것이냐, 중대·반복·강력 범죄에만 한 살 또는 두 살 낮출 것이냐가 남는 것”이라면서 “낮춘다면 최대가 2년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최종 결정을 하지 말자. 다음에 한번 또 토론을 하자”며 “국민 의견 수렴을 또 해보고 여론조사도 해보자”고 말했다.
촉법소년 검거 인원은 지난해 2만1095명으로 2020년 대비 120% 늘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폭력이 180%, 강간·추행이 98%, 절도가 97% 증가했다. 다만 성평등부는 법원 처리 결과를 보면 사안이 경미할 때 받는 심리불개시와 불처분이 48.8%로 보호처분(47.4%)보다 많고, 보호처분 대상도 절도와 폭행이 대부분인 점 등을 고려하면 범죄가 흉포해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모임에서 하지 말아야 할 얘기가 있다고 한다. 종교 얘기와 정치 얘기다. 연예인은 선거에서 누구를 뽑았는지 말하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을 찍었다고 해도, 국민의힘을 찍었다고 해도 팬의 절반을 잃는다. 그런데 만약 “나는 내 몫의 나랏돈을 소방관 복지에 투표했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잃을 팬은 없고, 오히려 화제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아동복지에, 누군가는 신재생에너지에, 누군가는 우주개발에 투표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묻게 된다. 왜 하필 거기냐고. 그 순간 정책 논쟁이 시작된다.
이런 즐거운 상상의 출발점은 초과세수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넘쳐 들어온다. 올해 본예산 국세 수입 예상액이 390조원이었다. 내년엔 최소 50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 같다. 증대된 세수를 어디에 써야 할지 논쟁이 붙었다. 즐거운 고민이지만 어려운 고민이다. 정부는 일단 ‘미래대응기금’을 만들어 적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기금은 어디까지나 일시적 주머니다. 돈은 써야 일을 한다. 미래 성장 잠재력을 만들고 국민 후생을 늘리거나 인프라 투자 등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많은 돈을 어디에 쓸지 누가 어떻게 정할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 시스템은 500조원이 넘는 세수를 예측한 적도, 대비한 적도 없다. 갑자기 늘어난 수십조원의 우선순위를 정할 원칙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흔히 “국민적 합의를 통해 써야 한다”고들 말한다. 국민의 세금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쓰겠다는 것은 무조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공허하다. 국민적 합의란 대체 어떻게 확인하는가. 그래서 나는 보다 구체적인 장치를 제안해본다. 국민이 직접 지출처를 정하는 ‘국민배분 투표’(가칭)다.
국민배분 투표란 14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자기가 원하는 국가 재정 사업에 10만원씩을 배분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14세 이상 인구가 약 4700만명이니 총 4조7000억원 규모다. 차년도 정부 예산안 발표 이후 국회 심의 전까지, 각자 배정받은 10만원을 원하는 사업에 증액하는 투표를 한다. 한 사업에 10만원을 ‘몰빵’할 수도 있고, 아니면 10개 사업에 1만원씩 배분할 수도 있다.
방식은 어렵지 않다. 정부 예산안의 16개 분야(과학기술, 교육, 복지 등) 중 하나 또는 여럿을 고르면 자동으로 각 분야에 속한 항(프로그램)이 펼쳐지게 된다. 예컨대 복지 분야를 고르면 장애인생활안정지원, 임대주택지원, 고용창출 등의 항이 자동 제시되고 이 중 하나 또는 여럿을 지정해 돈을 배분한다. 국회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투표 결과를 최대한 반영해 해당 항에 속한 세부사업을 증액한다.
이 제도의 진짜 효과는 4조7000억원의 배분 그 자체가 아니라, 배분을 둘러싼 논쟁에 있다. MBTI가 인기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모든 유형이 다 그럴듯하고 자기 마음에 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유형을 기꺼이 말하고 다닌다. 국민배분 투표도 마찬가지다. 어느 당을 찍었는지는 숨겨도, 자기가 어떤 사업에 투표했는지는 누구나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내 투표가 낙인이 아니라 명함이 된다.
그러면 논쟁의 지형이 바뀐다. 그동안 우리의 정치적 논쟁은 지나치게 지엽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누가 무슨 말실수를 했는지가 정책의 내용보다 더 큰 뉴스가 됐다. 그러나 14세 이상 전 국민이 각자 10만원의 사용처를 정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정책시장’이 형성된다.
각 정부 부처는 자기 사업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직접 설득해야 한다. 정당, 언론, 시민사회는 각자의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예산서 속 낯선 사업명들이 저녁 식탁의 화제가 된다. 그리고 이 논쟁 과정에서 설득력 있게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 차기 정치인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말싸움이 아니라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으로 검증받은 정치 신인의 탄생이다.
정책 토론의 큰 시장이 열리고 정치 효능감이 급상승한다. 내가 낸 세금이 내가 원하는 사업에 쓰일 수 있다는 신념이 생긴다. 전문가, 유튜버, 연예인들이 저마다의 기준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을 논쟁한다.
왜 14세 이상일까? 형사처벌이 가능한 나이라면 국가의 예산 배분에도 관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민주주의 토론의 장이 열린다. 국민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예산권을 주는 것이 더 민주적이고, 어쩌면 더 생산적인 국민배당일 수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 앞에서 제45차 ‘12345 지하철행동’ 시위를 개최하고 서울시에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복원을 촉구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도 시위에 동참했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활동가를 포함한 60여명은 ‘해고는 살인이다’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장애인도 성소수자도 시민이다” “오 시장 대화합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 시장과의 면담도 요구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2020년 서울시가 최중증·탈시설 장애인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최초로 시작한 이후 13개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2024년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사업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최중증·탈시설 장애인 노동자 400여명은 그해부터 복직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2년간 복직 투쟁을 이어온 공공일자리 해고 노동자 장효창씨는 스크린도어 앞에서 “(공공일자리를 통해) 동료를 만나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비로소 인간답게 숨쉴 수 있었다”며 “우리가 빼앗긴 것은 단순한 월급 봉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삶의 터전을 파괴한 해고는 곧 살인”이라며 “400여명의 노동자를 일터로 돌려보내는 건 시혜가 아닌 서울시의 정치적 책임”이라고 했다.
행성인 활동가 김민지씨(활동명 초)는 “속도와 효율성의 논리로 환원되는 시장 경제 체제에서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삶은 손쉽게 처리해야 할 대상”이라며 연대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로서 폭력을 감수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서울시, 서로의 취약성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는 서울시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후 서울시청 민원실로 이동해 오 시장과의 면담 요청서와 성소수자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공공일자리 사업을 두고 “시가 지원하는 재원을 갖고 시위 같은 걸 해서 일당으로 지급되는 전 세계 유례없는 기형적 일자리를 계속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 진정을 제기했으나 인권위는 “차별 행위에 해당 않는 경우”라며 이를 기각했다.
정부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방침을 공식화하고, 하향 폭과 대상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성평등가족부가 ‘특정 범죄에 한해 1세 하향’ 방안을 보고했으나 이재명 대통령은 “너무 미약하다”며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지시했다.
성평등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현행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만 10세 이상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 공론화 결과’를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라고 성평등부에 지시했다. 성평등부는 관계부처와 전문가로 구성된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운영하고, 212명의 시민참여단 숙의 토론회, 온라인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쟁점에 대한 학습과 토론 등 숙의 과정을 거친 시민참여단은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46.7%)는 의견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일괄 하향’(30.2%), ‘현행 유지’(17.0%) 순이었다. 연령 하향에 찬성한 시민 중에서는 14세 미만인 현행 기준을 13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의견이 55.8%로 가장 많았다.
반면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연령 하향 여부와 범위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소년 비행의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사항을 제시했다.
촉법소년 전건 송치제도 개선, 경찰 조사 가이드라인 마련, 가족치료 명령 신설, 소년원 과밀 해소, 보호관찰관 등 전문인력 확충, 피해자 진술권과 사건정보 제공 확대 등이 권고됐다.
정부는 이날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방침은 결정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추가 논의키로 했다.
“낮춘다는 건 일단 정하고”…‘12세’ 언급하며 의견 수렴 제안
이 대통령은 시민참여단 조사에서 연령 하향 찬성 의견이 많았던 것에 대해 “그러면 낮춘다는 건 일단 정하고”라고 한 뒤 “성평등부 의견은 일률적으로 낮추지 말고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한 살만 낮추자는 말인데 너무 미약하지 않나. 전 세계적으로 12세로 하는 경우도 꽤 많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쨌든 (연령 기준을) 전체에 대해서 낮출 것이냐, 중대·반복·강력 범죄에만 한 살 또는 두 살 낮출 것이냐가 남는 것”이라면서 “낮춘다면 최대가 2년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최종 결정을 하지 말자. 다음에 한번 또 토론을 하자”며 “국민 의견 수렴을 또 해보고 여론조사도 해보자”고 말했다.
촉법소년 검거 인원은 지난해 2만1095명으로 2020년 대비 120% 늘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폭력이 180%, 강간·추행이 98%, 절도가 97% 증가했다. 다만 성평등부는 법원 처리 결과를 보면 사안이 경미할 때 받는 심리불개시와 불처분이 48.8%로 보호처분(47.4%)보다 많고, 보호처분 대상도 절도와 폭행이 대부분인 점 등을 고려하면 범죄가 흉포해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모임에서 하지 말아야 할 얘기가 있다고 한다. 종교 얘기와 정치 얘기다. 연예인은 선거에서 누구를 뽑았는지 말하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을 찍었다고 해도, 국민의힘을 찍었다고 해도 팬의 절반을 잃는다. 그런데 만약 “나는 내 몫의 나랏돈을 소방관 복지에 투표했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잃을 팬은 없고, 오히려 화제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아동복지에, 누군가는 신재생에너지에, 누군가는 우주개발에 투표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묻게 된다. 왜 하필 거기냐고. 그 순간 정책 논쟁이 시작된다.
이런 즐거운 상상의 출발점은 초과세수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넘쳐 들어온다. 올해 본예산 국세 수입 예상액이 390조원이었다. 내년엔 최소 50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 같다. 증대된 세수를 어디에 써야 할지 논쟁이 붙었다. 즐거운 고민이지만 어려운 고민이다. 정부는 일단 ‘미래대응기금’을 만들어 적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기금은 어디까지나 일시적 주머니다. 돈은 써야 일을 한다. 미래 성장 잠재력을 만들고 국민 후생을 늘리거나 인프라 투자 등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많은 돈을 어디에 쓸지 누가 어떻게 정할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 시스템은 500조원이 넘는 세수를 예측한 적도, 대비한 적도 없다. 갑자기 늘어난 수십조원의 우선순위를 정할 원칙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흔히 “국민적 합의를 통해 써야 한다”고들 말한다. 국민의 세금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쓰겠다는 것은 무조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공허하다. 국민적 합의란 대체 어떻게 확인하는가. 그래서 나는 보다 구체적인 장치를 제안해본다. 국민이 직접 지출처를 정하는 ‘국민배분 투표’(가칭)다.
국민배분 투표란 14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자기가 원하는 국가 재정 사업에 10만원씩을 배분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14세 이상 인구가 약 4700만명이니 총 4조7000억원 규모다. 차년도 정부 예산안 발표 이후 국회 심의 전까지, 각자 배정받은 10만원을 원하는 사업에 증액하는 투표를 한다. 한 사업에 10만원을 ‘몰빵’할 수도 있고, 아니면 10개 사업에 1만원씩 배분할 수도 있다.
방식은 어렵지 않다. 정부 예산안의 16개 분야(과학기술, 교육, 복지 등) 중 하나 또는 여럿을 고르면 자동으로 각 분야에 속한 항(프로그램)이 펼쳐지게 된다. 예컨대 복지 분야를 고르면 장애인생활안정지원, 임대주택지원, 고용창출 등의 항이 자동 제시되고 이 중 하나 또는 여럿을 지정해 돈을 배분한다. 국회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투표 결과를 최대한 반영해 해당 항에 속한 세부사업을 증액한다.
이 제도의 진짜 효과는 4조7000억원의 배분 그 자체가 아니라, 배분을 둘러싼 논쟁에 있다. MBTI가 인기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모든 유형이 다 그럴듯하고 자기 마음에 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유형을 기꺼이 말하고 다닌다. 국민배분 투표도 마찬가지다. 어느 당을 찍었는지는 숨겨도, 자기가 어떤 사업에 투표했는지는 누구나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내 투표가 낙인이 아니라 명함이 된다.
그러면 논쟁의 지형이 바뀐다. 그동안 우리의 정치적 논쟁은 지나치게 지엽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누가 무슨 말실수를 했는지가 정책의 내용보다 더 큰 뉴스가 됐다. 그러나 14세 이상 전 국민이 각자 10만원의 사용처를 정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정책시장’이 형성된다.
각 정부 부처는 자기 사업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직접 설득해야 한다. 정당, 언론, 시민사회는 각자의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예산서 속 낯선 사업명들이 저녁 식탁의 화제가 된다. 그리고 이 논쟁 과정에서 설득력 있게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 차기 정치인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말싸움이 아니라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으로 검증받은 정치 신인의 탄생이다.
정책 토론의 큰 시장이 열리고 정치 효능감이 급상승한다. 내가 낸 세금이 내가 원하는 사업에 쓰일 수 있다는 신념이 생긴다. 전문가, 유튜버, 연예인들이 저마다의 기준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을 논쟁한다.
왜 14세 이상일까? 형사처벌이 가능한 나이라면 국가의 예산 배분에도 관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민주주의 토론의 장이 열린다. 국민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예산권을 주는 것이 더 민주적이고, 어쩌면 더 생산적인 국민배당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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