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노인 10명 중 7명 “아파도 집에서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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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생활하며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는 노인 10명 가운데 7명은 건강이 악화하더라도 요양원 등으로 가지 않고 현재 집에 계속 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 수급자 4500명과 가족, 장기요양기관 및 요원 등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장기요양실태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장기요양 수급자 중 20%는 시설에 입소(시설급여 수급)했고, 80%는 집에서 지내며 방문 서비스나 주야간 보호 서비스 등을 이용(재가급여 수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급여 수급자의 69.4%는 건강이 악화해도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2022년(49.8%)보다 19.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요양시설 입소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28.7%에서 17.6%로 감소했다. 재가급여 수급자 가족 중 건강이 악화해도 집에서 계속 돌보겠다는 응답도 43.5%로 2022년보다 14.0%포인트 늘었다. 복지부는 지역사회에서 계속 생활하려는 욕구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장기요양 수급자의 고령화도 뚜렷했다. 전체 수급자 가운데 85세 이상 비율은 47.3%로 2022년(44.2%)보다 3.1%포인트 증가했다. 재가급여 수급자의 독거 가구 비율도 43.6%로 같은 기간 3.4%포인트 늘었다.
시설급여 수급자의 입소 전 독거 비율은 59.3%로 2022년보다 22.0%포인트 급증했다. 장기요양 수급자뿐 아니라 노인 전체의 독거 가구 증가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복지부는 분석했다. 돌봄을 담당하는 장기요양 요원의 고령화는 심화하고 있었다. 전체 요원의 63.4%가 60세 이상이었으며, 재가급여 종사자의 70세 이상 비율은 20.2%로 시설급여 종사자(6.7%)의 약 3배였다.
월요일에는 일 최고기온이 40도가 넘는 관측지점이 10곳을 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제는 급기야 오후 10시의 바깥 기온이 33도라는 스마트폰 알림이 떴다. “지구가 살균소독 돌리고 있는데 인간이 눈치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소셜미디어 글을 보고는 진짜 그런 것 같아서 헛웃음이 났다. 디스토피아 같은 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 대도시 사무직 노동자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근길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다 숨이 막히고 지하철로 환승하는 동안 땀범벅이 되지만 냉방 중인 사무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면 여느 때처럼 보송보송한 하루가 시작된다. 산책도 운동도 어려워졌지만 그뿐이다.
이런 말들이 다 한가하게 들릴 정도로 사람이 죽어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난 3일까지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19명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전남광주 해남에서는 태국 국적의 30대 남성 이주노동자가 고추밭에서 작업을 하다 쓰러져 숨졌다. 입국한 지 사흘 만이었다. 그는 관광비자로 들어와 곧바로 인력소개소를 통해 일하기 시작했고, 사고 당일에도 오전 6시30분부터 밭일을 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이주노동자 4명이 폭염 속에서 일하다 죽었다.
재난적 폭염에 죽어가는 사람들취약성 교차할수록 위험은 커져매년 극단화되는 기후에 맞서‘차별을 줄이는 것’도 대응책
영화 <기생충>의 기택 가족은 폭우로 반지하 집이 침수돼 이재민이 됐지만,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박 사장과 연교는 “비가 많이 오고 나니 날씨가 좋아졌다”며 정원 파티를 준비한다. 폭염과 기후위기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공평하게 닥치는 재난이지만 그 영향은 차별적이다. 정확히는 나를 관통하는 취약성(들)을 재난은 더 극적으로 끄집어내 공격한다.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체류자격과 서툰 한국어라는 취약성은 재난과 같은 폭염과 만나면서 단순한 차별이 아니라 목숨을 가르는 변수가 됐다.
취약성이 교차할수록 위험은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쪽방촌 주민들은 폭염에 가장 위협받는 집단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여성 주민들은 더 고통받는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정은아·하바라 연구원이 2021년 쓴 보고서 ‘가중되는 기후위기, 여성이주농업노동자, 쪽방촌여성’에는 이런 증언이 나온다. “(더울 때 밖에서 더위 피하는 건) 다 남자야. 여자들은 너무 더워도 집에 있지. 샤워하고, 선풍기 틀고.” 열대야에 남성 주민들은 밖으로 나가 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남성 공간에 섞이는 불편함과 위협을 감내해야 하는 여성 주민들은 그러기가 어렵다. 서울시가 쪽방촌 공용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했지만 여성들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방문을 닫고 지낸다는 보도도 있었다. ‘여성이 폭염에 더 취약하다’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폭염에 취약해지는 상황과 환경이 있다는 뜻이다.
폭염 속 옥외 작업자들은 대체로 모두 온열질환 고위험군이지만, 최근 5년간 온열질환 산업재해 10명 중 7명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나왔다. 작은 사업장은 대기업보다 온열질환 대응책도 부실할 수밖에 없고 고령층 노동자도 더 많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적도 부근과 저개발국에 집중되는데 그 지역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빈곤층이다. 도시의 가난한 노인들은 여름철이면 공원 나무 그늘이나 지하철 역사, 공공쉼터 등에서 몸을 식히지만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은 집을 나서기조차 힘들다. 계급과 젠더, 노동시장에서의 지위와 연령, 지역과 빈곤과 장애가 얽혀 위험을 키운다. 기후위기 영향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기후위기에도 일상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사람보다 훨씬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너무 더웠다던 1994년보다도 2018년보다도 2024년보다도 올해가 더 덥다. ‘역대급 폭염’의 주기도 점점 짧아진다. 내년은 얼마나 더울지, 그 이듬해는 어떨지 알 수 없다. 일상적인 비 대신 집중호우가 내리고 나머지 계절에는 가뭄이 들어 산불이 나고 겨울은 극단적으로 추워진다. 극단화되는 날씨로 인한 재난을 어떻게 막을까. 아니 막는다고 막아지기는 할까. 정은아 연구원은 2022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과학적 해결책뿐 아니라 사회를 덜 차별적이게 만드는 것도 기후위기 대응책”이라고 했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 외에도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얘기다.
집 근처 주민센터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서고에서 볼만한 책이 있는지 훑어보았다.
서고를 나오려고 할 때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책더미 속에서 익숙한 저자들의 책이 보였다. 어느 시절엔 손길이 많이 닿았는지 하나같이 낡은 그 책들 속에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친구의 책이 보였다. 그가 쓴 책을 손에 들고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 무너지듯 의자에 앉았다. 마침 그 쾌적한 방엔 아무도 없어 다행이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의식이 없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들었던 그는 나를 알아보았다. 내가 여러 번의 집들이 초대를 미루던 중 어느 날 갑자기 그는 중환자가 되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은 나는 그의 손을 꼭 잡고 귀에 대고 말했다.
“마음 편히 있어. 우리 모두 오만 곳에서 마음 편히 살려고 안간힘을 쓰잖아. 어디에 있든 마음이 편하면 그게 최상이야. 그러니, 마음 편히 있어. 그러면 돼.”
친구도 나도 우는 줄도 모른 채 울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러 너무 늦게 갔는데, 그것은 너무 이른 나이에 속절없이 누워 있는 그를 대면해야 할 나의 내면이 너무도 약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는 그렇게 누워 있는 친구를 볼 용기가 없었다.
주민센터 서고엔 존경하던 선배의 책도 있었다. 임종하기 열 시간 전에 그를 본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던 그도 분명히 나를 알아보았다.
그분의 야윈 다리를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들었을 때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들었던 그가 눈을 뜨고 더없이 슬퍼 보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많이 아프죠, 라고 묻자 그가 그렇다며 입을 달싹이다 말이 밖으로 나오지 않자 눈으로 말했고, “아, 어떡하면 좋아요” 하던 나는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대화인 줄도 몰랐다.
인간이 마지막 순간까지 의식이 있는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혼자 돌아오는 집은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나는 주민센터 서고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너무도 일찍, 너무도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난 지인들의 갑작스러운 애도의 시간이 지나자 가끔 만나는 변호사 친구가 생각났다. 한참 아래 연배인 그는 내가 앉아 있던 그 방에서 주민들에게 무료 법률상담을 하곤 했다. 식사하셨어요, 라며 가끔 내게 안부를 묻고, 명절엔 현관문 앞에 선물 상자를 놓고 가기도 하는 그는 그리스철학이 좋아 정치학을 전공했으나 뒤늦게 변호사가 되었다.
선량한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마음이 씻기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그는 그 서고에서 무료 법률상담을 하다가 얼마 전에 그 일을 그만두었다. 최근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왜 우리 동네의 법률상담 봉사를 그만뒀는지 물어보았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주고 싶었는데, 세입자를 어떻게 쫓아내야 하는지 궁리하는 사람들만 상담하러 와서 힘들었어요.”
부자들이 알뜰하게 무료 법률상담을 받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세입자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기나 했던 걸까.
조사 결과를 보면 장기요양 수급자 중 20%는 시설에 입소(시설급여 수급)했고, 80%는 집에서 지내며 방문 서비스나 주야간 보호 서비스 등을 이용(재가급여 수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급여 수급자의 69.4%는 건강이 악화해도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2022년(49.8%)보다 19.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요양시설 입소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28.7%에서 17.6%로 감소했다. 재가급여 수급자 가족 중 건강이 악화해도 집에서 계속 돌보겠다는 응답도 43.5%로 2022년보다 14.0%포인트 늘었다. 복지부는 지역사회에서 계속 생활하려는 욕구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장기요양 수급자의 고령화도 뚜렷했다. 전체 수급자 가운데 85세 이상 비율은 47.3%로 2022년(44.2%)보다 3.1%포인트 증가했다. 재가급여 수급자의 독거 가구 비율도 43.6%로 같은 기간 3.4%포인트 늘었다.
시설급여 수급자의 입소 전 독거 비율은 59.3%로 2022년보다 22.0%포인트 급증했다. 장기요양 수급자뿐 아니라 노인 전체의 독거 가구 증가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복지부는 분석했다. 돌봄을 담당하는 장기요양 요원의 고령화는 심화하고 있었다. 전체 요원의 63.4%가 60세 이상이었으며, 재가급여 종사자의 70세 이상 비율은 20.2%로 시설급여 종사자(6.7%)의 약 3배였다.
월요일에는 일 최고기온이 40도가 넘는 관측지점이 10곳을 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제는 급기야 오후 10시의 바깥 기온이 33도라는 스마트폰 알림이 떴다. “지구가 살균소독 돌리고 있는데 인간이 눈치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소셜미디어 글을 보고는 진짜 그런 것 같아서 헛웃음이 났다. 디스토피아 같은 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 대도시 사무직 노동자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근길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다 숨이 막히고 지하철로 환승하는 동안 땀범벅이 되지만 냉방 중인 사무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면 여느 때처럼 보송보송한 하루가 시작된다. 산책도 운동도 어려워졌지만 그뿐이다.
이런 말들이 다 한가하게 들릴 정도로 사람이 죽어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난 3일까지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19명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전남광주 해남에서는 태국 국적의 30대 남성 이주노동자가 고추밭에서 작업을 하다 쓰러져 숨졌다. 입국한 지 사흘 만이었다. 그는 관광비자로 들어와 곧바로 인력소개소를 통해 일하기 시작했고, 사고 당일에도 오전 6시30분부터 밭일을 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이주노동자 4명이 폭염 속에서 일하다 죽었다.
재난적 폭염에 죽어가는 사람들취약성 교차할수록 위험은 커져매년 극단화되는 기후에 맞서‘차별을 줄이는 것’도 대응책
영화 <기생충>의 기택 가족은 폭우로 반지하 집이 침수돼 이재민이 됐지만,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박 사장과 연교는 “비가 많이 오고 나니 날씨가 좋아졌다”며 정원 파티를 준비한다. 폭염과 기후위기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공평하게 닥치는 재난이지만 그 영향은 차별적이다. 정확히는 나를 관통하는 취약성(들)을 재난은 더 극적으로 끄집어내 공격한다.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체류자격과 서툰 한국어라는 취약성은 재난과 같은 폭염과 만나면서 단순한 차별이 아니라 목숨을 가르는 변수가 됐다.
취약성이 교차할수록 위험은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쪽방촌 주민들은 폭염에 가장 위협받는 집단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여성 주민들은 더 고통받는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정은아·하바라 연구원이 2021년 쓴 보고서 ‘가중되는 기후위기, 여성이주농업노동자, 쪽방촌여성’에는 이런 증언이 나온다. “(더울 때 밖에서 더위 피하는 건) 다 남자야. 여자들은 너무 더워도 집에 있지. 샤워하고, 선풍기 틀고.” 열대야에 남성 주민들은 밖으로 나가 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남성 공간에 섞이는 불편함과 위협을 감내해야 하는 여성 주민들은 그러기가 어렵다. 서울시가 쪽방촌 공용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했지만 여성들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방문을 닫고 지낸다는 보도도 있었다. ‘여성이 폭염에 더 취약하다’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폭염에 취약해지는 상황과 환경이 있다는 뜻이다.
폭염 속 옥외 작업자들은 대체로 모두 온열질환 고위험군이지만, 최근 5년간 온열질환 산업재해 10명 중 7명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나왔다. 작은 사업장은 대기업보다 온열질환 대응책도 부실할 수밖에 없고 고령층 노동자도 더 많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적도 부근과 저개발국에 집중되는데 그 지역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빈곤층이다. 도시의 가난한 노인들은 여름철이면 공원 나무 그늘이나 지하철 역사, 공공쉼터 등에서 몸을 식히지만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은 집을 나서기조차 힘들다. 계급과 젠더, 노동시장에서의 지위와 연령, 지역과 빈곤과 장애가 얽혀 위험을 키운다. 기후위기 영향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기후위기에도 일상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사람보다 훨씬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너무 더웠다던 1994년보다도 2018년보다도 2024년보다도 올해가 더 덥다. ‘역대급 폭염’의 주기도 점점 짧아진다. 내년은 얼마나 더울지, 그 이듬해는 어떨지 알 수 없다. 일상적인 비 대신 집중호우가 내리고 나머지 계절에는 가뭄이 들어 산불이 나고 겨울은 극단적으로 추워진다. 극단화되는 날씨로 인한 재난을 어떻게 막을까. 아니 막는다고 막아지기는 할까. 정은아 연구원은 2022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과학적 해결책뿐 아니라 사회를 덜 차별적이게 만드는 것도 기후위기 대응책”이라고 했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 외에도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얘기다.
집 근처 주민센터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서고에서 볼만한 책이 있는지 훑어보았다.
서고를 나오려고 할 때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책더미 속에서 익숙한 저자들의 책이 보였다. 어느 시절엔 손길이 많이 닿았는지 하나같이 낡은 그 책들 속에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친구의 책이 보였다. 그가 쓴 책을 손에 들고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 무너지듯 의자에 앉았다. 마침 그 쾌적한 방엔 아무도 없어 다행이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의식이 없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들었던 그는 나를 알아보았다. 내가 여러 번의 집들이 초대를 미루던 중 어느 날 갑자기 그는 중환자가 되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은 나는 그의 손을 꼭 잡고 귀에 대고 말했다.
“마음 편히 있어. 우리 모두 오만 곳에서 마음 편히 살려고 안간힘을 쓰잖아. 어디에 있든 마음이 편하면 그게 최상이야. 그러니, 마음 편히 있어. 그러면 돼.”
친구도 나도 우는 줄도 모른 채 울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러 너무 늦게 갔는데, 그것은 너무 이른 나이에 속절없이 누워 있는 그를 대면해야 할 나의 내면이 너무도 약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는 그렇게 누워 있는 친구를 볼 용기가 없었다.
주민센터 서고엔 존경하던 선배의 책도 있었다. 임종하기 열 시간 전에 그를 본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던 그도 분명히 나를 알아보았다.
그분의 야윈 다리를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들었을 때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들었던 그가 눈을 뜨고 더없이 슬퍼 보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많이 아프죠, 라고 묻자 그가 그렇다며 입을 달싹이다 말이 밖으로 나오지 않자 눈으로 말했고, “아, 어떡하면 좋아요” 하던 나는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대화인 줄도 몰랐다.
인간이 마지막 순간까지 의식이 있는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혼자 돌아오는 집은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나는 주민센터 서고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너무도 일찍, 너무도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난 지인들의 갑작스러운 애도의 시간이 지나자 가끔 만나는 변호사 친구가 생각났다. 한참 아래 연배인 그는 내가 앉아 있던 그 방에서 주민들에게 무료 법률상담을 하곤 했다. 식사하셨어요, 라며 가끔 내게 안부를 묻고, 명절엔 현관문 앞에 선물 상자를 놓고 가기도 하는 그는 그리스철학이 좋아 정치학을 전공했으나 뒤늦게 변호사가 되었다.
선량한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마음이 씻기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그는 그 서고에서 무료 법률상담을 하다가 얼마 전에 그 일을 그만두었다. 최근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왜 우리 동네의 법률상담 봉사를 그만뒀는지 물어보았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주고 싶었는데, 세입자를 어떻게 쫓아내야 하는지 궁리하는 사람들만 상담하러 와서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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