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기준 강화’ 한 달…상장사 10곳 중 1곳 ‘퇴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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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을 솎아내기 위한 상장폐지 기준이 강화된 지 한 달 만에 국내 상장사 10곳 중 1곳이 퇴출 위험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더 높아지는 시가총액 요건을 적용하면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 노출되는 기업은 전체 상장사의 14%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7월 말 기준 코스피 833개사와 코스닥 1745개사 등 국내 상장사 2578개사의 시가총액, 주가, 재무상태, 공시벌점 등을 분석한 결과, 7월 평균 시가총액이 상장유지 기준에 미달한 기업은 192곳으로 전체의 7.4%였다. 지난달 1일부터 적용된 강화 기준은 시가총액 하한선이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상향됐다.
코스닥시장의 부실 우려가 심각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8.7%인 152곳이 200억원을 밑돌았고, 코스피는 4.8%인 40곳이 300억원에 못 미쳤다. 최근 30거래일(6월19일~7월31일) 연속 기준을 대입해도 시가총액 미달 기업은 88곳(코스피 22곳, 코스닥 66곳)으로 전체의 3.4%에 달했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 위험도 가시화됐다. 7월 평균 종가가 1000원 미만인 기업은 200곳(7.8%)으로 집계됐다. 최근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돈 기업도 103곳(4.0%)이었다. 보통주 종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1000원 이상을 45거래일 연속 유지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38곳으로 가장 많았다. 생활용품은 전체 분석 대상 177개사 중 16.9%가 시가총액 기준을 밑돌아 업종 내 부실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진짜 위기는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027년부터 시가총액 하한선이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되기 때문이다. 이를 7월 평균 시가총액에 대입하면 전체의 18.6%인 479곳이 퇴출 사정권에 들어간다. 최근 30거래일 연속 기준을 적용해도 368곳(14.3%)이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 빠진다.
재무구조와 공시 이행실태 역시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기업은 12곳, 자본잠식률 50% 이상 기업은 38곳으로 확인됐다. 7월부터 반기 완전자본잠식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포함돼 8월 중순 반기보고서 제출을 기점으로 실질심사 대상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1년간 누적 공시벌점 10점 이상을 받아 실질심사 노출 위험에 처한 기업은 다원시스, 코아스, 씨씨에스 등 15곳으로 집계됐다.
미지의 감염병이 창궐한 지 두 달째, 전국 확진자가 5만명을 넘어서면서 중환자 병상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인지 저하가 있는 78세 노인과, 기저질환이 없던 24세 청년 환자 모두 당장 입원해야 할 정도로 위중하지만, 남은 중환자 병상은 단 하나뿐이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입원시키겠는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료진들은 실제로 이와 같은 선택의 순간에 여러 차례 놓였다. 또다시 팬데믹이 찾아온다면 우리 사회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공정하고 윤리적인 원칙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시민 30여명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청년을 살리겠다고 한 A씨는 “둘 다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생존했을 때 의학적 이익이 더 큰 쪽을 선택하는 게 맞다”며 “매일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치료했을 때의 생존 가능성과 회복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B씨는 노인을 선택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보살필 능력이 없는 사람을 살리는 게 맞다”며 “제가 20대인데, 제 또래가 코로나19로 정말 아팠을 때를 생각해보면 자신을 돌볼 능력이 노인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후 회복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인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78세 노인도 사람이다”라고 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C씨는 “최종적으로는 청년을 선택했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들으니 노인과 청년 사이에서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며 “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삶을) 양보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토론 뒤 진행된 투표에는 25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21명이 노인을 선택했다.
이날 토론은 ‘감염병 의료대응의 윤리적 법적 사회적 영향연구’(중앙감염병병원 주관 감염병 극복 연구역량 강화사업 지원과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책통계지원센터장(예방의학 전문의) 연구팀은 시민 30명을 모집해 지난 7월 코로나19 의료대응과 관련한 사전 학습을 진행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참가자들에게 단계별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어떤 윤리적 기준에 따라 의료자원을 배분할 것인지 5개 조로 나뉘어 토론하도록 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인권에 기반한 의료대응 원칙을 시민들이 숙의를 통해 직접 세워보도록 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질문은 참가자들이 단계적으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3단계로 제시됐다. 1단계에서는 ‘미지의 감염병 X에 확진됐지만 체온 38.5도 미만 등 증상이 경미할 경우, 병원에 입원하는 대신 집에 머물며 동네 의원의 외래진료나 비대면진료를 이용해달라는 지침을 따르겠느냐’는 질문을 줬다. 투표에 참여한 30명 가운데 28명이 ‘따르겠다’, 2명이 ‘따르지 않겠다’를 택했다. 참가자들은 “한정된 의료자원을 더 위중한 사람에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참가자들은 방역지침이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C씨는 “이주노동자들은 주로 집단거주를 하기 때문에 분리된 공간에서 자가치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증상이 심해졌을 때 어느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을 전달받기도 어렵다”며 “이런 분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별도의 지침을 자세히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2단계에서는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핵심 질문으로 제시됐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전담병원은 병동을 통째로 비워 확진자만 받고, 비확진자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도록 했다. 확진자가 적었던 유행 초기에는 감염을 차단하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었지만, 팬데믹이 장기화하고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한정된 의료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기존 환자의 의료 이용을 제약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참가자들에게는 자신이 일주일에 세 차례 규칙적으로 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성콩팥병 환자라고 가정했을 때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서 계속 진료받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비확진자만 이용하는 병원으로 옮겨 진료받기를 원하는지를 물었다.
응답은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같은 병원을 이용하되 동선을 분리하는 ‘통합진료 체계’를 선호하는 의견이 많았다. 투표에서는 11명이 통합진료 체계에, 9명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분리하는 체계에 표를 던졌다. 참가자 D씨는 “팬데믹이 장기화할수록 분리 체계 효과가 떨어지고 피로도도 높아진다”며 “방역지침을 안일하게 생각하거나 이를 지키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을 마친 참가자들은 연구팀이 마련한 ‘감염병 의료대응 윤리원칙’에 높은 수준의 동의를 보였다. 원칙에는 감염병 위기에서도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입원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희소한 의료자원의 배분은 개별 의료진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지고, 그 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다시 찾아왔을 때 의료자원 배분의 기준을 그때그때 정하기는 어렵다. 위기가 닥치기 전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숙의하고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원칙을 마련해두는 이유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라는 큰 사건을 경험하면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자원이 희소한 상황에서 때로는 어려운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지만, 미리 사회적 숙고를 통해 원칙을 확립하고, 상황이 닥쳤을 때 의사결정의 배경이나 현황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설명한다면 시민들이 이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용산구 서계·청파동 일대 정비사업 현장을 찾았다. ‘재개발·재건축이 실제 주택 수를 늘리지 못한다’는 정부의 지속적인 메시지에 반박하기 위해서다.
서계·청파동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과 모아타운 등 7곳에서 민간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비사업 후 가구 수가 확정되지 않은 청파 3구역을 제외한 6곳은 기존 총 6399가구에서 정비사업 완료 후 8088가구로 1695가구(26.5%) 순증한다.
서울시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간접적으로 저격하는 문구도 수정·삽입했다. 전임 서울시장의 주택 공급 억제 정책이 현재 서울 주택난의 원인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내보인 것이다.
자료에는 “(서계·청파동은) 서울역과 인접한 입지에도 2012년 ‘재개발·재건축 적대 정책’ 이후 정비사업이 무산되고 도시재생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가파른 구릉지와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은 골목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이 20년 이상 이어져 왔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처음 배포한 자료에는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적었던 문구를 바꿔 넣은 것이다. 2012년은 오 시장의 사퇴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재임하던 시기다.
오 시장은 이날 이 일대를 돌아보면서 좁은 골목과 가파른 경사, 노후 주택 등 주거 환경을 살펴봤다. 오 시장은 “집은 단순한 거처나 자산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존엄,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라며 “소방차 진입조차 어려운 노후 주거지를 방치한 채 주민들께 더 기다려 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용 토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정비사업은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공급 해법”이라며 “공급 계획이 착공과 입주로 이어져 실제 주거 변화로 체감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3년간 준공한 정비사업 59곳을 분석한 결과 사업 전보다 주택 수가 약 2만 가구(36.4%)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재개발은 27.4%(7000가구), 재건축은 44.2%(1만3000가구)씩 순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착공을 추진하는 253개 정비사업지에서총 31만 가구가 들어서며, 기존 주택 멸실분을 모두 반영해도 약 8만7000가구(39.2% 순증)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임대주택은 4만8000가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1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7월 말 기준 코스피 833개사와 코스닥 1745개사 등 국내 상장사 2578개사의 시가총액, 주가, 재무상태, 공시벌점 등을 분석한 결과, 7월 평균 시가총액이 상장유지 기준에 미달한 기업은 192곳으로 전체의 7.4%였다. 지난달 1일부터 적용된 강화 기준은 시가총액 하한선이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상향됐다.
코스닥시장의 부실 우려가 심각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8.7%인 152곳이 200억원을 밑돌았고, 코스피는 4.8%인 40곳이 300억원에 못 미쳤다. 최근 30거래일(6월19일~7월31일) 연속 기준을 대입해도 시가총액 미달 기업은 88곳(코스피 22곳, 코스닥 66곳)으로 전체의 3.4%에 달했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 위험도 가시화됐다. 7월 평균 종가가 1000원 미만인 기업은 200곳(7.8%)으로 집계됐다. 최근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돈 기업도 103곳(4.0%)이었다. 보통주 종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1000원 이상을 45거래일 연속 유지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38곳으로 가장 많았다. 생활용품은 전체 분석 대상 177개사 중 16.9%가 시가총액 기준을 밑돌아 업종 내 부실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진짜 위기는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027년부터 시가총액 하한선이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되기 때문이다. 이를 7월 평균 시가총액에 대입하면 전체의 18.6%인 479곳이 퇴출 사정권에 들어간다. 최근 30거래일 연속 기준을 적용해도 368곳(14.3%)이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 빠진다.
재무구조와 공시 이행실태 역시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기업은 12곳, 자본잠식률 50% 이상 기업은 38곳으로 확인됐다. 7월부터 반기 완전자본잠식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포함돼 8월 중순 반기보고서 제출을 기점으로 실질심사 대상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1년간 누적 공시벌점 10점 이상을 받아 실질심사 노출 위험에 처한 기업은 다원시스, 코아스, 씨씨에스 등 15곳으로 집계됐다.
미지의 감염병이 창궐한 지 두 달째, 전국 확진자가 5만명을 넘어서면서 중환자 병상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인지 저하가 있는 78세 노인과, 기저질환이 없던 24세 청년 환자 모두 당장 입원해야 할 정도로 위중하지만, 남은 중환자 병상은 단 하나뿐이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입원시키겠는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료진들은 실제로 이와 같은 선택의 순간에 여러 차례 놓였다. 또다시 팬데믹이 찾아온다면 우리 사회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공정하고 윤리적인 원칙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시민 30여명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청년을 살리겠다고 한 A씨는 “둘 다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생존했을 때 의학적 이익이 더 큰 쪽을 선택하는 게 맞다”며 “매일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치료했을 때의 생존 가능성과 회복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B씨는 노인을 선택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보살필 능력이 없는 사람을 살리는 게 맞다”며 “제가 20대인데, 제 또래가 코로나19로 정말 아팠을 때를 생각해보면 자신을 돌볼 능력이 노인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후 회복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인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78세 노인도 사람이다”라고 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C씨는 “최종적으로는 청년을 선택했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들으니 노인과 청년 사이에서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며 “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삶을) 양보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토론 뒤 진행된 투표에는 25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21명이 노인을 선택했다.
이날 토론은 ‘감염병 의료대응의 윤리적 법적 사회적 영향연구’(중앙감염병병원 주관 감염병 극복 연구역량 강화사업 지원과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책통계지원센터장(예방의학 전문의) 연구팀은 시민 30명을 모집해 지난 7월 코로나19 의료대응과 관련한 사전 학습을 진행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참가자들에게 단계별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어떤 윤리적 기준에 따라 의료자원을 배분할 것인지 5개 조로 나뉘어 토론하도록 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인권에 기반한 의료대응 원칙을 시민들이 숙의를 통해 직접 세워보도록 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질문은 참가자들이 단계적으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3단계로 제시됐다. 1단계에서는 ‘미지의 감염병 X에 확진됐지만 체온 38.5도 미만 등 증상이 경미할 경우, 병원에 입원하는 대신 집에 머물며 동네 의원의 외래진료나 비대면진료를 이용해달라는 지침을 따르겠느냐’는 질문을 줬다. 투표에 참여한 30명 가운데 28명이 ‘따르겠다’, 2명이 ‘따르지 않겠다’를 택했다. 참가자들은 “한정된 의료자원을 더 위중한 사람에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참가자들은 방역지침이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C씨는 “이주노동자들은 주로 집단거주를 하기 때문에 분리된 공간에서 자가치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증상이 심해졌을 때 어느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을 전달받기도 어렵다”며 “이런 분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별도의 지침을 자세히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2단계에서는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핵심 질문으로 제시됐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전담병원은 병동을 통째로 비워 확진자만 받고, 비확진자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도록 했다. 확진자가 적었던 유행 초기에는 감염을 차단하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었지만, 팬데믹이 장기화하고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한정된 의료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기존 환자의 의료 이용을 제약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참가자들에게는 자신이 일주일에 세 차례 규칙적으로 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성콩팥병 환자라고 가정했을 때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서 계속 진료받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비확진자만 이용하는 병원으로 옮겨 진료받기를 원하는지를 물었다.
응답은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같은 병원을 이용하되 동선을 분리하는 ‘통합진료 체계’를 선호하는 의견이 많았다. 투표에서는 11명이 통합진료 체계에, 9명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분리하는 체계에 표를 던졌다. 참가자 D씨는 “팬데믹이 장기화할수록 분리 체계 효과가 떨어지고 피로도도 높아진다”며 “방역지침을 안일하게 생각하거나 이를 지키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을 마친 참가자들은 연구팀이 마련한 ‘감염병 의료대응 윤리원칙’에 높은 수준의 동의를 보였다. 원칙에는 감염병 위기에서도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입원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희소한 의료자원의 배분은 개별 의료진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지고, 그 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다시 찾아왔을 때 의료자원 배분의 기준을 그때그때 정하기는 어렵다. 위기가 닥치기 전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숙의하고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원칙을 마련해두는 이유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라는 큰 사건을 경험하면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자원이 희소한 상황에서 때로는 어려운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지만, 미리 사회적 숙고를 통해 원칙을 확립하고, 상황이 닥쳤을 때 의사결정의 배경이나 현황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설명한다면 시민들이 이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용산구 서계·청파동 일대 정비사업 현장을 찾았다. ‘재개발·재건축이 실제 주택 수를 늘리지 못한다’는 정부의 지속적인 메시지에 반박하기 위해서다.
서계·청파동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과 모아타운 등 7곳에서 민간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비사업 후 가구 수가 확정되지 않은 청파 3구역을 제외한 6곳은 기존 총 6399가구에서 정비사업 완료 후 8088가구로 1695가구(26.5%) 순증한다.
서울시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간접적으로 저격하는 문구도 수정·삽입했다. 전임 서울시장의 주택 공급 억제 정책이 현재 서울 주택난의 원인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내보인 것이다.
자료에는 “(서계·청파동은) 서울역과 인접한 입지에도 2012년 ‘재개발·재건축 적대 정책’ 이후 정비사업이 무산되고 도시재생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가파른 구릉지와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은 골목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이 20년 이상 이어져 왔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처음 배포한 자료에는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적었던 문구를 바꿔 넣은 것이다. 2012년은 오 시장의 사퇴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재임하던 시기다.
오 시장은 이날 이 일대를 돌아보면서 좁은 골목과 가파른 경사, 노후 주택 등 주거 환경을 살펴봤다. 오 시장은 “집은 단순한 거처나 자산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존엄,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라며 “소방차 진입조차 어려운 노후 주거지를 방치한 채 주민들께 더 기다려 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용 토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정비사업은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공급 해법”이라며 “공급 계획이 착공과 입주로 이어져 실제 주거 변화로 체감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3년간 준공한 정비사업 59곳을 분석한 결과 사업 전보다 주택 수가 약 2만 가구(36.4%)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재개발은 27.4%(7000가구), 재건축은 44.2%(1만3000가구)씩 순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착공을 추진하는 253개 정비사업지에서총 31만 가구가 들어서며, 기존 주택 멸실분을 모두 반영해도 약 8만7000가구(39.2% 순증)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임대주택은 4만8000가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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