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한달도 안 돼 ‘해외연수’ 가려던 대구시의회, 여론 뭇매 맞고 결국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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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한 달도 되지 않아 해외연수를 추진한 대구시의회(경향신문 7월30일자 12면 보도)가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13일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전날 오후 하중환 운영위원장 주재로 일부 상임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공무국외출장(해외연수)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대구시의회는 다음 달 중순 일본·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를 상임위별로 방문하는 3박4일 일정의 해외연수를 추진했다. 시의회는 지역경제 회복 등을 위해 상임위별로 국내 연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의회는 올해 의원 1인당 357만5000원, 총 1억2870만원의 공무국외출장 예산을 책정한 바 있다. 해외연수 일정을 철회하면서 전액 불용 처리될 예정이다.
하중환 운영위원장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시민의 삶을 먼저 돌보고 아픔을 함께 나눠야 할 엄중한 시기”라면서 “시민의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해외연수를 취소하고 행정사무감사 등 남은 회기 일정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안산에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과 단원미술제 선정 작가들을 함께 보여주는 ‘단원의 정원에서’를 보러 왔다. 이재삼, 김선형, 유근택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은 ‘단원’이라는 오래된 이름이 어떻게 오늘의 미술로 이어지는지 보여주었다. 주옥같다는 조금 낡은 표현을 기꺼이 꺼내 쓰고 싶을 만큼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김홍도를 만나러 왔다가 먼저 동시대의 김홍도들을 만난 셈이다.
다른 전시장 ‘김홍도 오감화’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표암 강세황이었다. 김홍도는 어릴 때 안산에서 강세황에게 그림을 배웠다. 시서화에 능하고 새로운 문물과 화법에 열려 있던 그는 어린 김홍도의 재능을 알아본 스승이자 후원자였다. 그 순간 김홍도보다 안산이 궁금해졌다. 대체 18세기 안산에는 무엇이 있었기에 김홍도 같은 예술가가 자랄 수 있었을까.
당시 안산에는 성호 이익을 중심으로 새로운 학문을 탐구하는 지식인들과 강세황 같은 문인화가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위대한 예술가 한 사람이 이곳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아직 아무도 모르는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가르치고 세상과 연결해준 사람이 같은 동네에 있었다. 예술가는 혼자 태어나지 않는다.
그 생각을 하자 안산에 있는 또 다른 예술의 거점 경기도미술관에 가야만 할 이유가 생겼다. 하나는 18세기 안산이 어떻게 예술가를 길러냈는가를 보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21세기 경기도가 어떻게 새로운 예술가를 길러내는가를 보는 곳이었으니까.
마침 경기도미술관에서는 개관 20주년 청년작가전 ‘우리의 여름에게’가 열리고 있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젊은 작가 26팀의 전시다. 나는 조금 엉뚱한 놀이를 시작했다. 강세황이라면 누구 앞에서 멈췄을까. 250여년 전 어린 김홍도를 바라보았던 그의 눈을 빌려 미래가 궁금한 세 작가를 골랐다.
첫 번째는 권은비였다. 버려진 피아노와 베틀, 폐허에서 가져온 돌과 시멘트 조각, 그을린 나무와 폐기계 부품을 엮은 ‘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피아노는 음악을 연주하지 않고 베틀은 옷감을 짜지 않는다. 대신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기억을 직조한다. 강세황이라면 이렇게 평하지 않았을까. 형상을 그리지 않았으되 그 안에 사람이 있고, 소리를 연주하지 않았으되 그 안에 슬픔의 소리가 있다.
두 번째는 이해반이었다. 산과 물, 구름과 파도, 식물과 빛을 닮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풍경. 직사각형 캔버스를 벗어나 가장자리까지 산세처럼 꿈틀거렸다. 산은 산을 닮지 않고 물은 물을 닮지 않았으나 그 기운은 산수 사이에 있다. 강세황의 화평을 멋대로 상상해보았다.
세 번째는 송승준이었다. 온갖 기이한 물건을 수집했던 옛 ‘호기심의 방’을 뒤집어 ‘호기심이 사라진 방’을 만들었다. 물건은 가득한데 그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눈은 어디로 갔을까. 새로운 화법과 문물에 열려 있던 강세황이라면 ‘만물이 눈앞에 있어도 궁금히 여기지 않으면 보지 못한 것과 같으니, 먼저 보는 마음을 잃지 말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들이 미래의 김홍도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김홍도가 위대한 화가가 되었다는 결과를 알고 그의 어린 시절을 바라본다. 그러나 강세황에게는 그런 정답지가 없었다. 그들 가운데 미래의 단원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강세황이라고 정말 어린 김홍도의 미래를 모두 알고 있었을 리 없다. 다만 그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 앞에서 멈춰 설 줄 알았다.
예술가를 길러내는 도시란 위대한 예술가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아직 위대하지 않은 예술가 앞에서 기꺼이 멈춰 서는 사람들이 있는 도시가 아닐까.
정부 허가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를 다녀왔다가 여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아온 프리랜서 사진작가 장진영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 12일 장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장씨가 여권법 17조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판결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장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9일 후인 2022년 3월5일 한국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현장을 취재했다. 촬영한 사진은 시사IN과 워커스 등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정부 허가 없이 입국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장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신청했다. 여권법 17조는 외교부 장관이 전쟁·내란 등이 발생한 국가 방문·체류를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취재·보도를 하려면 외교부 장관 허가를 얻어야 한다. 이 규정 탓에 한국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3주가 되도록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 외교부는 이후 일부 언론사의 우크라이나 입국을 허용했으나 ‘외교부 출입 언론사 소속’ ‘인원 4명 이내’ ‘방문기간 3일 이내’ 등 조건을 달았다. 프리랜서나 독립 매체는 배제됐다.
장씨에게 적용된 여권법 17조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검열을 금지한 헌법 21조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자국민 보호가 취지라고 하지만, 만일의 사태 시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편의주의적 성격이 짙다. 국제기자연맹(IFJ)은 2023년 장씨에 대한 연대 성명을 발표하며 “분쟁 지역 취재에 대해 허가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국 언론이 독자적 관점에서 분쟁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저널리즘 기능을 발휘하려면 자유로운 현장 취재가 필수적이다. 이번 1심 판결은 상급심에서 바로잡혀야 한다. 국회도 언론 자유를 옥죄는 독소조항 개정에 나서기 바란다.
13일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전날 오후 하중환 운영위원장 주재로 일부 상임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공무국외출장(해외연수)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대구시의회는 다음 달 중순 일본·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를 상임위별로 방문하는 3박4일 일정의 해외연수를 추진했다. 시의회는 지역경제 회복 등을 위해 상임위별로 국내 연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의회는 올해 의원 1인당 357만5000원, 총 1억2870만원의 공무국외출장 예산을 책정한 바 있다. 해외연수 일정을 철회하면서 전액 불용 처리될 예정이다.
하중환 운영위원장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시민의 삶을 먼저 돌보고 아픔을 함께 나눠야 할 엄중한 시기”라면서 “시민의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해외연수를 취소하고 행정사무감사 등 남은 회기 일정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안산에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과 단원미술제 선정 작가들을 함께 보여주는 ‘단원의 정원에서’를 보러 왔다. 이재삼, 김선형, 유근택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은 ‘단원’이라는 오래된 이름이 어떻게 오늘의 미술로 이어지는지 보여주었다. 주옥같다는 조금 낡은 표현을 기꺼이 꺼내 쓰고 싶을 만큼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김홍도를 만나러 왔다가 먼저 동시대의 김홍도들을 만난 셈이다.
다른 전시장 ‘김홍도 오감화’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표암 강세황이었다. 김홍도는 어릴 때 안산에서 강세황에게 그림을 배웠다. 시서화에 능하고 새로운 문물과 화법에 열려 있던 그는 어린 김홍도의 재능을 알아본 스승이자 후원자였다. 그 순간 김홍도보다 안산이 궁금해졌다. 대체 18세기 안산에는 무엇이 있었기에 김홍도 같은 예술가가 자랄 수 있었을까.
당시 안산에는 성호 이익을 중심으로 새로운 학문을 탐구하는 지식인들과 강세황 같은 문인화가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위대한 예술가 한 사람이 이곳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아직 아무도 모르는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가르치고 세상과 연결해준 사람이 같은 동네에 있었다. 예술가는 혼자 태어나지 않는다.
그 생각을 하자 안산에 있는 또 다른 예술의 거점 경기도미술관에 가야만 할 이유가 생겼다. 하나는 18세기 안산이 어떻게 예술가를 길러냈는가를 보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21세기 경기도가 어떻게 새로운 예술가를 길러내는가를 보는 곳이었으니까.
마침 경기도미술관에서는 개관 20주년 청년작가전 ‘우리의 여름에게’가 열리고 있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젊은 작가 26팀의 전시다. 나는 조금 엉뚱한 놀이를 시작했다. 강세황이라면 누구 앞에서 멈췄을까. 250여년 전 어린 김홍도를 바라보았던 그의 눈을 빌려 미래가 궁금한 세 작가를 골랐다.
첫 번째는 권은비였다. 버려진 피아노와 베틀, 폐허에서 가져온 돌과 시멘트 조각, 그을린 나무와 폐기계 부품을 엮은 ‘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피아노는 음악을 연주하지 않고 베틀은 옷감을 짜지 않는다. 대신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기억을 직조한다. 강세황이라면 이렇게 평하지 않았을까. 형상을 그리지 않았으되 그 안에 사람이 있고, 소리를 연주하지 않았으되 그 안에 슬픔의 소리가 있다.
두 번째는 이해반이었다. 산과 물, 구름과 파도, 식물과 빛을 닮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풍경. 직사각형 캔버스를 벗어나 가장자리까지 산세처럼 꿈틀거렸다. 산은 산을 닮지 않고 물은 물을 닮지 않았으나 그 기운은 산수 사이에 있다. 강세황의 화평을 멋대로 상상해보았다.
세 번째는 송승준이었다. 온갖 기이한 물건을 수집했던 옛 ‘호기심의 방’을 뒤집어 ‘호기심이 사라진 방’을 만들었다. 물건은 가득한데 그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눈은 어디로 갔을까. 새로운 화법과 문물에 열려 있던 강세황이라면 ‘만물이 눈앞에 있어도 궁금히 여기지 않으면 보지 못한 것과 같으니, 먼저 보는 마음을 잃지 말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들이 미래의 김홍도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김홍도가 위대한 화가가 되었다는 결과를 알고 그의 어린 시절을 바라본다. 그러나 강세황에게는 그런 정답지가 없었다. 그들 가운데 미래의 단원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강세황이라고 정말 어린 김홍도의 미래를 모두 알고 있었을 리 없다. 다만 그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 앞에서 멈춰 설 줄 알았다.
예술가를 길러내는 도시란 위대한 예술가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아직 위대하지 않은 예술가 앞에서 기꺼이 멈춰 서는 사람들이 있는 도시가 아닐까.
정부 허가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를 다녀왔다가 여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아온 프리랜서 사진작가 장진영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 12일 장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장씨가 여권법 17조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판결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장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9일 후인 2022년 3월5일 한국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현장을 취재했다. 촬영한 사진은 시사IN과 워커스 등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정부 허가 없이 입국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장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신청했다. 여권법 17조는 외교부 장관이 전쟁·내란 등이 발생한 국가 방문·체류를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취재·보도를 하려면 외교부 장관 허가를 얻어야 한다. 이 규정 탓에 한국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3주가 되도록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 외교부는 이후 일부 언론사의 우크라이나 입국을 허용했으나 ‘외교부 출입 언론사 소속’ ‘인원 4명 이내’ ‘방문기간 3일 이내’ 등 조건을 달았다. 프리랜서나 독립 매체는 배제됐다.
장씨에게 적용된 여권법 17조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검열을 금지한 헌법 21조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자국민 보호가 취지라고 하지만, 만일의 사태 시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편의주의적 성격이 짙다. 국제기자연맹(IFJ)은 2023년 장씨에 대한 연대 성명을 발표하며 “분쟁 지역 취재에 대해 허가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국 언론이 독자적 관점에서 분쟁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저널리즘 기능을 발휘하려면 자유로운 현장 취재가 필수적이다. 이번 1심 판결은 상급심에서 바로잡혀야 한다. 국회도 언론 자유를 옥죄는 독소조항 개정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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