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플리카사이트 [아침을 열며]산업의 속도, 사회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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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플리카사이트 속도가 경쟁력의 핵심이지만, 속도 자체가 목표가 되는 순간은 경계가 필요하다. 목표에 이르는 길에 있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당부하면서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지와 기반시설의 중요성을 지목하면서 “관련 절차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 소요 시간을 대폭 줄이고 규제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고, “정부 자체가 혁신 모델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가 절박한 의지로 속도전에 나선 상황은 충분히 이해된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을 맞은 현재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분기점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던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라는 두 반도체 공룡이 유례없는 수준의 이익을 거둬들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AI는 이제 기술 발전의 수준을 보여주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산업과 일상에 빠르게 확산하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변화의 물결에 AI 산업의 핵심 국가로 한국이 떠오르면서, 이 호황을 길게 끌고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AI 패권 경쟁 ‘골든타임’ 판단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 전격전전력 공급 등 사회적 갈등 우려빠르게, 그러나 제대로 해야
정부는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제시했다. 서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전국에 피지컬 AI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충해 미래 성장동력과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서남권 반도체 팹의 1차 완공 시점을 2029년으로, 산단에 전력 공급을 시작하는 시기를 2028년 말로 제시해 구체적 목표 시점도 공개했다.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가장 핵심적인 것이 산단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공급 문제다.
서남권 반도체 신규 팹 4기와 충청과 영남 등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수요는 각각 6.3GW(기가와트), 18.4GW로 총 24.7GW에 이른다. 원전 24기 이상의 전력 공급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필요한 전력량의 발전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송전망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등 민감한 숙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규모 산업시설을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중요한 과제다.미국에선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집단 시위가 확산하고, 주정부 차원에서 인허가를 제한하거나 세제 혜택을 철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도에서도 물 부족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요금 상승이나 소음 및 환경오염 우려가 생기면서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실제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이때 정부가 ‘AI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는 당위만 앞세워서는 사업의 추진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각 시설에 필요한 전력 및 용수의 사용량과 기반시설 비용, 정부가 세우고 있는 공급 계획과 그에 따른 주민 불편 또는 편익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AI 산업의 미래에 대한 면밀한 진단과 전망은 사업의 신뢰를 만드는 가장 기본이다. 지역 균형 개발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도록 일자리 창출 및 상생 효과를 최대화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메가프로젝트 전격전의 성패는 단지 목표 시점의 달성 여부로만 평가돼서는 안 된다. 미래 성장동력을 뒷받침할 산업 인프라를 적기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용수 부족과 지역사회의 갈등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조정했는지도 함께 평가받을 것이다. 전격전의 성패는 빨리 짓는 것이 아니라, 빨리 짓기 위해 발생하는 문제까지 얼마나 빠르게, 잘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는 한국 정부가 산업의 속도와 사회의 속도를 함께 맞춰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종합적인 정책 능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여해 강원용(1917~2006) 목사 20주기 추모 행사가 열린다. ‘여해와함께’는 추모 모임 ‘내일을 위한 노래’를 22일 오후 3시 서울 경동교회 본당에서 개최한다고 19일 알렸다.
여해와함께는 “한 시대의 푯대로 살아온 강원용 목사의 삶을 반추하고, 그가 남긴 사랑과 평화, 대화의 정신이 ‘지금, 여기’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게 할 것인지를 성찰하려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
여해와 함께는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강 목사의 ‘사이·너머’, ‘인간화’, ‘대화와 화해’ 정신을 실천적 유산으로 이어가려는 자리”라며 “험난한 격동의 세월을 대화의 힘으로 인간화의 길, 평화의 길을 열어오신 여해 목사님을 치열한 삶을 기릴 것”이라고 했다.
박명림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은 ‘사이·너머 인간화’,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은 ‘대화와 화해, 그 숭고한 뜻’, 안재웅 목사(YMCA 전국연맹 이사장)은 ‘세상을 향한 에클레시아‘를 주제로 각각 메시지를 발표한다.
여해와 함께는 강 목사의 생전 육성 메시지를 청취하는 축도 시간도 마련했다. 경동2부 성가대 중창단, 씨튼수녀회 중창단, 박수길 성악가, 이정희 무용단이 공연한다.
강 목사의 어록·화보 전시전 ‘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도 30일까지 경동교회 안 ‘경동갤러리’에서 진행한다.
이달 초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어 근대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국이 극한 폭염에 휩싸였다. 지난 17일에는 경남 거제에 시간당 124㎜가 넘는 극한 폭우가 쏟아지는 등 남부지방에 물난리가 났다. 최근 들어 폭염과 가뭄, 폭우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이상기상 현상이 잦아지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이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개정안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턱없이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헌재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주역인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33)를 지난 11일 만나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의 문제점 등에 대해 들었다. 김 활동가는 “개정안은 시민들의 숙의 의견도, 헌재 결정의 취지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며 “국가가 기후위기에 대응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청소년기후행동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을 텐데요.
“2018년 기후 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의 작은 모임에서 시작됐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는 것이 목표였는데,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같은 청소년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등장하면서 저희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죠. 2019년 3월15일 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운동 연대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기후결석(파업)’ 시위에 동참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현재 사무국에 저를 포함해 상근 활동가가 4명 있고 회원은 1000명 정도 됩니다. 시작할 때는 청소년 회원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활동한 지 8년 정도가 되면서 회원들의 연령대도 많이 넓어졌습니다.”
-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가까지 된 계기가 있나요.
“2018년 여름이 올해만큼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더웠습니다. 저희 집은 구옥인 데다 에어컨도 없어 밤에도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정말 힘들었어요. 집에서 잠을 자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기사를 읽고 충격이 컸습니다. 기사에 나온 그 집이 저희 집과 너무 비슷했거든요. 평소에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환경 챌린지에도 동참하곤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우리 가족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해 인천 송도에서 열린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막아야 한다는 특별보고서를 냈습니다. 그걸 보면서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하고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기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비슷한 고민을 하던 청소년들을 만나 본격적인 기후운동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 요즘 우리 청소년들은 기후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청소년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폭염으로 체육 수업이 취소되는 등 학교생활에서도 기후위기를 느끼고, 오송 참사 등 재난이 기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도 많고요. 기후위기에 대해 알고 있는 청소년들은 늘어나고 있는데 무엇인가 행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요. ‘내가 무엇을 해봤자 뭐가 변하겠어’라는 생각들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이 같은 상황에서 청소년기후행동 등 기후환경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은데요.
“청소년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기후 문제나 위기에 대한 해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청소년과 청년 중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데 기후위기가 1순위는 아닌 사람들을 만나 왜 기후행동에 동참하지 않는지 물어봤습니다. 기후 관련 정책과 정보가 어렵고 시민이 주체로서 변화를 요구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는 답이 많았어요. 그래서 쉬운 언어로 기후위기 문제를 해설하는 웹페이지를 제작하고 있어요. 기후 이슈에 활동가들뿐 아니라 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무엇보다 정책 의사결정자들을 찾아다니면서 기후위기를 막을 정책을 계속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 최근 국회 기후특위가 2040년·2045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명시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는 김 활동가 등이 헌재에 낸 헌법소원에서 승소하면서 이뤄진 것인데, 기후소송을 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기후소송이 계속 제기돼왔습니다. 그러다 2019년 12월 세계 최초로 기후소송의 최종 승소 판결이 네덜란드 대법원에서 나오면서 한국에서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녔지만 바뀌는 것이 없었어요. 계속 호소만 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면서 사법 절차를 통해 시도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현 탄소중립기본법의 전신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국가 기후 목표가 설정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 법은 2020년까지 목표를 설정했으나 현실은 목표에 크게 미달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될 만한 상황이었죠. 이는 국민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논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2020년 3월 헌법소원을 시작했어요.”
-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법률은 2021년에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으로 알고 있는데요.
“문재인 정부 때 2050년 ‘탄소중립’(탄소 배출량과 흡수·제거량이 균형을 이뤄 탄소의 순증이 없는 상태)을 목표로 설정한 뒤 기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폐기하고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에는 2030년까지의 탄소감축 목표는 명시돼 있지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까지의 감축목표는 없었어요. 2030년까지는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국가가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하니까 법에 명시했지만 그 이후 2050년까지의 목표는 공백으로 남아 있던 거죠. 저희도 새로운 탄소중립기본법을 기존 헌법소원에 안건으로 추가했고, 이어 시민들과 영유아(부모가 대리)들도 같은 취지의 기후소송을 시작했어요. 저는 청소년 소송과 시민소송에 모두 관여했고요. 헌재는 총 4개의 헌법소원을 병합 심사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죠.”
-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승소인데, 다른 아시아 나라들에서도 청소년 기후소송이 있나요.
“아시아는 대만과 일본에서 있었어요. 대만은 NDC에 대해 아동과 청소년이 포함된 기후소송이 제기됐고, 일본에서는 청소년들이 헌법소원이 아니라 민간 발전사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둘 다 한국의 승소 사례를 참고해 각자의 법체계 안에서 기후 대응을 요구하고 있어요.”
-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이유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탄소감축 목표가 없다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국회 기후특위가 헌재 결정을 받아들여 공백 기간의 탄소감축 목표를 설정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해 이제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고 있는데, 개정안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많이 아쉬워요. 개정안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2040년까지는 69~80%, 2045년까지는 84~90% 범위에서 감축하도록 하는 등 범위형으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범위의 상하 수치 목표 모두 2050년에 탄소중립이 되는 것으로 설정돼 있어요. 언뜻 보면 헌재의 결정 취지도 이행하면서 범위를 설정해 탄소감축의 현실적 부담도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정부의 규제는 결국 가장 아래 목표에 맞춰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에요. 사실상 낮은 수치가 실제 목표가 되는 셈이죠.”
- 낮은 수치 목표도 2050년에 탄소중립으로 가는 것은 맞다면 큰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요.
“설령 2050년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그동안 낮은 목표로 탄소감축이 진행된다면 우리 대기 중에는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돼 남아 있게 됩니다. 대기 중 온실가스는 쉽게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낮은 수치의 목표치에 맞춰 배출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축적돼 기후에 더 큰 악영향을 주게 돼요. 더 많이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2050년에 탄소중립이 된다 해도 우리의 궁극적 목표인 ‘1.5도 억제’를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단순히 2050년에 탄소중립이 된다고 해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얼마나 적게 온실가스를 축적시킬 것인지도 중요한 것이죠.”
- 기후특위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위해 실시한 시민공론화 과정에서 의제숙의단에도 참여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개정안은 공론화 시민대표단의 숙의 결과를 얼마나 반영했나요.
“공론화위 참여 시민들의 77.9%가 온실가스를 초기에 더 빠르게 감축(오목형 경로)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어요. 그래야 미래세대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일 수 있죠. 그 방식이 탄소감축 목표 범위의 높은 수치에 도달하는 경로예요. 그렇게 되면 탄소를 감축해야 할 산업계는 당장의 부담이 커지겠죠. 이런 결론이 나오자 국민의힘 중심으로 특위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공론화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자신들이 만든 공론화위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자 부정하고 나선 것이죠.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어요. 결국 탄소를 매년 일정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선형 경로’도 함께 채택됐는데 사실상 이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요. 이는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방식이죠.”
- 지난 4월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환경상인 골드만 환경상을 받았는데, 예상을 했었나요.
“그런 상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지난해 11월 골드만 환경재단에서 다른 환경단체를 통해 온라인 회의를 하자는 연락이 와 참석했더니 그 자리에서 재단 직원이 후보들을 심사한 결과 제가 선정됐다고 알려주더군요. 그전까지 제가 후보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나를 어떻게 알고 준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후소송 과정에서 저를 많이 드러내지도 않았거든요. 기후소송에서 승소하는 과정에 많은 청소년과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는데, 그분들을 대표해 제가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탄소감축이 필요하지만 산업이나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국민 삶이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미국이나 중국 등 우리보다 탄소를 훨씬 많이 배출하는 나라들도 있는데 우리가 앞장서서 감축하면 손해 아니냐는 이들도 있고요.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다 보니 그렇게 보는 국민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정부는 기후위기의 위험을 극복해 사회가 지속 가능토록 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기후재난이 늘어날 때 사회에는 어떤 안전망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우리 사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얼마나 제한할지 국가가 국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야 해요. 산업이나 경제에 당장 부담이 된다고 탄소감축을 미루면 나중에는 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요. 헌재의 결정문을 보면 ‘어떤 국가도 기후위기의 원인 제공에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이상 다른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을 지적하는 것만으로 자국 몫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공감이 가는 설명인 것 같아요.”
- 최근 우리나라도 폭염과 폭우 등이 빈발하면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일각에서는 기후위기는 사기라고 주장합니다.
“기후위기가 거짓이다 사기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한국엔 별로 없어서 다행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패권을 지키기 위해 그런 주장을 하는 것 같아요. 가스나 석탄 발전소같이 화석연료를 이용해 얻는 수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거죠. 올해 발생한 폭염과 폭우에 기후위기가 얼마나 작용했는지를 수치적으로, 인과관계로 연결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탄소 배출이 늘어나면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상기상 현상을 발생시킬 확률이 커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환경에 미칠 영향도 클 것 같은데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윤석열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했을 때 다른 환경단체들과 함께 백지화 운동을 했어요. 반도체 공장에 막대한 용수가 필요한데 주민들의 식수까지 끌어다 써야 할 형편이었으니까요. 수도권 집중의 문제도 있고요. 그런데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용인 클러스터와는 다른 많은 명분들이 있어요. 메가프로젝트의 취지인 지역소멸 해소나 균형발전 같은 문제를 가볍게 볼 수는 없죠. 다만 순서가 뒤집혀 있다고 봅니다. 물이 얼마나 있는지, 전기를 무엇으로 댈지 확인하고 나서 규모와 속도를 정하는 게 맞는데, 지금은 규모와 속도가 먼저 정해졌고 나머지가 거기에 맞춰지고 있어요. 그래서 정부가 분명히 답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막대한 용수와 전력을 주민들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조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정확한 데이터는 제시하지 못하면서 물도, 전력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무엇인가요.
“국민들이 기후위기를 권리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캠페인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지난 기후소송의 경험을 살려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기후소송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하나는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해 지역과 국가의 전략이나 대안 모델 같은 것들을 시민들과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고 싶어요. 이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구체적 모델을 도출하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석탄발전소를 폐쇄할 때 노동자들의 일자리 전환을 비롯해 지역사회의 소멸을 막고 회복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필요한 것을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이죠.”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당부하면서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지와 기반시설의 중요성을 지목하면서 “관련 절차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 소요 시간을 대폭 줄이고 규제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고, “정부 자체가 혁신 모델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가 절박한 의지로 속도전에 나선 상황은 충분히 이해된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을 맞은 현재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분기점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던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라는 두 반도체 공룡이 유례없는 수준의 이익을 거둬들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AI는 이제 기술 발전의 수준을 보여주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산업과 일상에 빠르게 확산하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변화의 물결에 AI 산업의 핵심 국가로 한국이 떠오르면서, 이 호황을 길게 끌고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AI 패권 경쟁 ‘골든타임’ 판단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 전격전전력 공급 등 사회적 갈등 우려빠르게, 그러나 제대로 해야
정부는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제시했다. 서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전국에 피지컬 AI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충해 미래 성장동력과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서남권 반도체 팹의 1차 완공 시점을 2029년으로, 산단에 전력 공급을 시작하는 시기를 2028년 말로 제시해 구체적 목표 시점도 공개했다.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가장 핵심적인 것이 산단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공급 문제다.
서남권 반도체 신규 팹 4기와 충청과 영남 등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수요는 각각 6.3GW(기가와트), 18.4GW로 총 24.7GW에 이른다. 원전 24기 이상의 전력 공급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필요한 전력량의 발전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송전망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등 민감한 숙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규모 산업시설을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중요한 과제다.미국에선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집단 시위가 확산하고, 주정부 차원에서 인허가를 제한하거나 세제 혜택을 철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도에서도 물 부족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요금 상승이나 소음 및 환경오염 우려가 생기면서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실제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이때 정부가 ‘AI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는 당위만 앞세워서는 사업의 추진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각 시설에 필요한 전력 및 용수의 사용량과 기반시설 비용, 정부가 세우고 있는 공급 계획과 그에 따른 주민 불편 또는 편익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AI 산업의 미래에 대한 면밀한 진단과 전망은 사업의 신뢰를 만드는 가장 기본이다. 지역 균형 개발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도록 일자리 창출 및 상생 효과를 최대화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메가프로젝트 전격전의 성패는 단지 목표 시점의 달성 여부로만 평가돼서는 안 된다. 미래 성장동력을 뒷받침할 산업 인프라를 적기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용수 부족과 지역사회의 갈등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조정했는지도 함께 평가받을 것이다. 전격전의 성패는 빨리 짓는 것이 아니라, 빨리 짓기 위해 발생하는 문제까지 얼마나 빠르게, 잘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는 한국 정부가 산업의 속도와 사회의 속도를 함께 맞춰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종합적인 정책 능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여해 강원용(1917~2006) 목사 20주기 추모 행사가 열린다. ‘여해와함께’는 추모 모임 ‘내일을 위한 노래’를 22일 오후 3시 서울 경동교회 본당에서 개최한다고 19일 알렸다.
여해와함께는 “한 시대의 푯대로 살아온 강원용 목사의 삶을 반추하고, 그가 남긴 사랑과 평화, 대화의 정신이 ‘지금, 여기’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게 할 것인지를 성찰하려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
여해와 함께는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강 목사의 ‘사이·너머’, ‘인간화’, ‘대화와 화해’ 정신을 실천적 유산으로 이어가려는 자리”라며 “험난한 격동의 세월을 대화의 힘으로 인간화의 길, 평화의 길을 열어오신 여해 목사님을 치열한 삶을 기릴 것”이라고 했다.
박명림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은 ‘사이·너머 인간화’,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은 ‘대화와 화해, 그 숭고한 뜻’, 안재웅 목사(YMCA 전국연맹 이사장)은 ‘세상을 향한 에클레시아‘를 주제로 각각 메시지를 발표한다.
여해와 함께는 강 목사의 생전 육성 메시지를 청취하는 축도 시간도 마련했다. 경동2부 성가대 중창단, 씨튼수녀회 중창단, 박수길 성악가, 이정희 무용단이 공연한다.
강 목사의 어록·화보 전시전 ‘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도 30일까지 경동교회 안 ‘경동갤러리’에서 진행한다.
이달 초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어 근대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국이 극한 폭염에 휩싸였다. 지난 17일에는 경남 거제에 시간당 124㎜가 넘는 극한 폭우가 쏟아지는 등 남부지방에 물난리가 났다. 최근 들어 폭염과 가뭄, 폭우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이상기상 현상이 잦아지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이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개정안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턱없이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헌재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주역인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33)를 지난 11일 만나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의 문제점 등에 대해 들었다. 김 활동가는 “개정안은 시민들의 숙의 의견도, 헌재 결정의 취지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며 “국가가 기후위기에 대응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청소년기후행동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을 텐데요.
“2018년 기후 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의 작은 모임에서 시작됐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는 것이 목표였는데,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같은 청소년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등장하면서 저희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죠. 2019년 3월15일 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운동 연대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기후결석(파업)’ 시위에 동참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현재 사무국에 저를 포함해 상근 활동가가 4명 있고 회원은 1000명 정도 됩니다. 시작할 때는 청소년 회원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활동한 지 8년 정도가 되면서 회원들의 연령대도 많이 넓어졌습니다.”
-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가까지 된 계기가 있나요.
“2018년 여름이 올해만큼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더웠습니다. 저희 집은 구옥인 데다 에어컨도 없어 밤에도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정말 힘들었어요. 집에서 잠을 자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기사를 읽고 충격이 컸습니다. 기사에 나온 그 집이 저희 집과 너무 비슷했거든요. 평소에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환경 챌린지에도 동참하곤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우리 가족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해 인천 송도에서 열린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막아야 한다는 특별보고서를 냈습니다. 그걸 보면서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하고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기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비슷한 고민을 하던 청소년들을 만나 본격적인 기후운동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 요즘 우리 청소년들은 기후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청소년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폭염으로 체육 수업이 취소되는 등 학교생활에서도 기후위기를 느끼고, 오송 참사 등 재난이 기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도 많고요. 기후위기에 대해 알고 있는 청소년들은 늘어나고 있는데 무엇인가 행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요. ‘내가 무엇을 해봤자 뭐가 변하겠어’라는 생각들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이 같은 상황에서 청소년기후행동 등 기후환경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은데요.
“청소년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기후 문제나 위기에 대한 해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청소년과 청년 중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데 기후위기가 1순위는 아닌 사람들을 만나 왜 기후행동에 동참하지 않는지 물어봤습니다. 기후 관련 정책과 정보가 어렵고 시민이 주체로서 변화를 요구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는 답이 많았어요. 그래서 쉬운 언어로 기후위기 문제를 해설하는 웹페이지를 제작하고 있어요. 기후 이슈에 활동가들뿐 아니라 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무엇보다 정책 의사결정자들을 찾아다니면서 기후위기를 막을 정책을 계속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 최근 국회 기후특위가 2040년·2045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명시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는 김 활동가 등이 헌재에 낸 헌법소원에서 승소하면서 이뤄진 것인데, 기후소송을 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기후소송이 계속 제기돼왔습니다. 그러다 2019년 12월 세계 최초로 기후소송의 최종 승소 판결이 네덜란드 대법원에서 나오면서 한국에서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녔지만 바뀌는 것이 없었어요. 계속 호소만 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면서 사법 절차를 통해 시도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현 탄소중립기본법의 전신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국가 기후 목표가 설정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 법은 2020년까지 목표를 설정했으나 현실은 목표에 크게 미달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될 만한 상황이었죠. 이는 국민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논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2020년 3월 헌법소원을 시작했어요.”
-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법률은 2021년에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으로 알고 있는데요.
“문재인 정부 때 2050년 ‘탄소중립’(탄소 배출량과 흡수·제거량이 균형을 이뤄 탄소의 순증이 없는 상태)을 목표로 설정한 뒤 기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폐기하고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에는 2030년까지의 탄소감축 목표는 명시돼 있지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까지의 감축목표는 없었어요. 2030년까지는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국가가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하니까 법에 명시했지만 그 이후 2050년까지의 목표는 공백으로 남아 있던 거죠. 저희도 새로운 탄소중립기본법을 기존 헌법소원에 안건으로 추가했고, 이어 시민들과 영유아(부모가 대리)들도 같은 취지의 기후소송을 시작했어요. 저는 청소년 소송과 시민소송에 모두 관여했고요. 헌재는 총 4개의 헌법소원을 병합 심사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죠.”
-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승소인데, 다른 아시아 나라들에서도 청소년 기후소송이 있나요.
“아시아는 대만과 일본에서 있었어요. 대만은 NDC에 대해 아동과 청소년이 포함된 기후소송이 제기됐고, 일본에서는 청소년들이 헌법소원이 아니라 민간 발전사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둘 다 한국의 승소 사례를 참고해 각자의 법체계 안에서 기후 대응을 요구하고 있어요.”
-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이유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탄소감축 목표가 없다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국회 기후특위가 헌재 결정을 받아들여 공백 기간의 탄소감축 목표를 설정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해 이제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고 있는데, 개정안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많이 아쉬워요. 개정안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2040년까지는 69~80%, 2045년까지는 84~90% 범위에서 감축하도록 하는 등 범위형으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범위의 상하 수치 목표 모두 2050년에 탄소중립이 되는 것으로 설정돼 있어요. 언뜻 보면 헌재의 결정 취지도 이행하면서 범위를 설정해 탄소감축의 현실적 부담도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정부의 규제는 결국 가장 아래 목표에 맞춰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에요. 사실상 낮은 수치가 실제 목표가 되는 셈이죠.”
- 낮은 수치 목표도 2050년에 탄소중립으로 가는 것은 맞다면 큰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요.
“설령 2050년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그동안 낮은 목표로 탄소감축이 진행된다면 우리 대기 중에는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돼 남아 있게 됩니다. 대기 중 온실가스는 쉽게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낮은 수치의 목표치에 맞춰 배출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축적돼 기후에 더 큰 악영향을 주게 돼요. 더 많이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2050년에 탄소중립이 된다 해도 우리의 궁극적 목표인 ‘1.5도 억제’를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단순히 2050년에 탄소중립이 된다고 해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얼마나 적게 온실가스를 축적시킬 것인지도 중요한 것이죠.”
- 기후특위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위해 실시한 시민공론화 과정에서 의제숙의단에도 참여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개정안은 공론화 시민대표단의 숙의 결과를 얼마나 반영했나요.
“공론화위 참여 시민들의 77.9%가 온실가스를 초기에 더 빠르게 감축(오목형 경로)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어요. 그래야 미래세대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일 수 있죠. 그 방식이 탄소감축 목표 범위의 높은 수치에 도달하는 경로예요. 그렇게 되면 탄소를 감축해야 할 산업계는 당장의 부담이 커지겠죠. 이런 결론이 나오자 국민의힘 중심으로 특위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공론화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자신들이 만든 공론화위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자 부정하고 나선 것이죠.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어요. 결국 탄소를 매년 일정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선형 경로’도 함께 채택됐는데 사실상 이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요. 이는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방식이죠.”
- 지난 4월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환경상인 골드만 환경상을 받았는데, 예상을 했었나요.
“그런 상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지난해 11월 골드만 환경재단에서 다른 환경단체를 통해 온라인 회의를 하자는 연락이 와 참석했더니 그 자리에서 재단 직원이 후보들을 심사한 결과 제가 선정됐다고 알려주더군요. 그전까지 제가 후보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나를 어떻게 알고 준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후소송 과정에서 저를 많이 드러내지도 않았거든요. 기후소송에서 승소하는 과정에 많은 청소년과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는데, 그분들을 대표해 제가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탄소감축이 필요하지만 산업이나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국민 삶이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미국이나 중국 등 우리보다 탄소를 훨씬 많이 배출하는 나라들도 있는데 우리가 앞장서서 감축하면 손해 아니냐는 이들도 있고요.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다 보니 그렇게 보는 국민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정부는 기후위기의 위험을 극복해 사회가 지속 가능토록 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기후재난이 늘어날 때 사회에는 어떤 안전망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우리 사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얼마나 제한할지 국가가 국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야 해요. 산업이나 경제에 당장 부담이 된다고 탄소감축을 미루면 나중에는 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요. 헌재의 결정문을 보면 ‘어떤 국가도 기후위기의 원인 제공에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이상 다른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을 지적하는 것만으로 자국 몫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공감이 가는 설명인 것 같아요.”
- 최근 우리나라도 폭염과 폭우 등이 빈발하면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일각에서는 기후위기는 사기라고 주장합니다.
“기후위기가 거짓이다 사기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한국엔 별로 없어서 다행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패권을 지키기 위해 그런 주장을 하는 것 같아요. 가스나 석탄 발전소같이 화석연료를 이용해 얻는 수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거죠. 올해 발생한 폭염과 폭우에 기후위기가 얼마나 작용했는지를 수치적으로, 인과관계로 연결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탄소 배출이 늘어나면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상기상 현상을 발생시킬 확률이 커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환경에 미칠 영향도 클 것 같은데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윤석열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했을 때 다른 환경단체들과 함께 백지화 운동을 했어요. 반도체 공장에 막대한 용수가 필요한데 주민들의 식수까지 끌어다 써야 할 형편이었으니까요. 수도권 집중의 문제도 있고요. 그런데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용인 클러스터와는 다른 많은 명분들이 있어요. 메가프로젝트의 취지인 지역소멸 해소나 균형발전 같은 문제를 가볍게 볼 수는 없죠. 다만 순서가 뒤집혀 있다고 봅니다. 물이 얼마나 있는지, 전기를 무엇으로 댈지 확인하고 나서 규모와 속도를 정하는 게 맞는데, 지금은 규모와 속도가 먼저 정해졌고 나머지가 거기에 맞춰지고 있어요. 그래서 정부가 분명히 답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막대한 용수와 전력을 주민들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조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정확한 데이터는 제시하지 못하면서 물도, 전력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무엇인가요.
“국민들이 기후위기를 권리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캠페인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지난 기후소송의 경험을 살려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기후소송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하나는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해 지역과 국가의 전략이나 대안 모델 같은 것들을 시민들과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고 싶어요. 이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구체적 모델을 도출하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석탄발전소를 폐쇄할 때 노동자들의 일자리 전환을 비롯해 지역사회의 소멸을 막고 회복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필요한 것을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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